[책] 내안의 유리천장부터 깨라

■ 린인(셰릴 샌드버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저커버그보다 많이 받는 그녀, 여자에게 충고하다
많은 여성 리더 등장해야 편견·차별 벽 없앨 수 있어
본인 과소평가 하지 말고 자신의 야망 크게 키워야

셰릴 샌드버그


학창시절 웃으면서 하던 농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예쁜 여자가 공부 잘하면 재색을 겸비했다 하고, 못생긴 여자가 공부 잘하면 '독한 년'이라고. 얼마전 인터넷을 뒤지니 조선시대 버전도 있었다. 예쁜 여자가 혀 깨물고 자결하면 열녀고, 못생긴 여자가 혀 깨물고 자결하면 '먹다 먹다 지 혀까지 깨물어 먹는 년'이라고.

그저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덤비는 게 아니라, 이 간단한 농담에도 분명 여성에대한 사회적 편견이 깊이 베어있다. 어쨌거나 사회가 퍼뜨리고 학습시킨 이 고정관념들은 소위 '남자답다''여성스럽다'는 사회의 기대 수준으로 이어지고, 결국 남녀 할 것 없이 행동을 제약하는 무의식적인 사고로 자리잡는다.

저자 셰릴 샌드버그(44)는 이 책에서 지난 2003년 콜롬비아대학의 연구에서 실시한 '직장에서 남녀의 인식차이' 실험을 소개한다. 연구자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광범위한 인맥을 동원해 성공한 벤처 투자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를 두 실험군에게 각각 하워드와 하이디 즉 남녀의 이름으로 제시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모두 이 벤처 투자가가 유능한 사람인 점에는 동의했지만, 이름에 따라 느끼는 호감도는 달랐다. 남자 이름일 땐 매력적인 동료로, 여자의 경우 이기적이어서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라고 대답했다. 남성에게는 성공과 호감도가 긍정적 이미지로 연결되지만, 여성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샌드버그는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좀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등장해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고, 그 비율이 높아질수록 더 평등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그래서 그 편견을 깰 기회가 늘어날수록 차별의 벽도 얇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또 정말 평등한 사회라면 여성이 국가와 기업의 반을 운영하고, 남성이 가정의 반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여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안된다고 선을 긋는 것이라며, 여성이 영향력을 장악하려면 이런 내면의 장애물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이 크고 작은 일 모두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지 못하고 오히려 주춤하며 물러선다(lean back)는 것이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큰 흐름을 주도하는 협상에 나서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바로 리더가 되려는 야망이 적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여성은 남성보다 노골적으로 말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스스로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책 제목처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야(lean in) 한다고 강조한다. 관리자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원자 모두를 세밀하게 검토할 리 없고, 더구나 과묵한 사람을 설득해 끌어올 시간은 더더욱 없다. 나아가 상사가 임무를 맡길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리더의 자질을 찾기 힘들다고 잘라 말한다.

글 서두의 분류로 '재색을 겸비한' 그는 세계 최고 SNS업체 페이스북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ㆍ업무최고책임자)로, CEO인 마크 저커버그에 이어 사내 2인자다. 또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3년째 포함됐고, 2011년에는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를 제치기도 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래 여성 대통령 후보'로 평가했고, 지난해 3,096만 달러(약 350억원)의 연봉으로 포춘 선정 '최고 연봉 여성' 3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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