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창업환경 세계 97위

행정도시 이전으로 충청이북 인구집중 가속화 우려
출총제 등 재벌규제 사후규제로 바꿔야

우리나라의 창업환경 순위는 155개국 중 97위로 경제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행정도시 이전이 인구 분산보다는 경인과 경북축 중 충청 이북지역으로 인구집중을 가속화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자총액제한제 등 재벌규제는 제도와 운영이 치밀하지 못해 과도하게 기업의사업과 투자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후규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창업규제, 수도권 산업활동에 대한 입지규제, 고용. 해고 및 노사관계에서 규제, 경쟁정책, 환경규제 등 기업의 창업이나 생산활동과 관련된 규제의 현황과 개선과제를 5개 보고서에 나눠 발표했다. ◇ 창업환경 세계 97위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규제 현황과 규제개혁방향' 보고서에서세계은행이 세계 155개국을 대상으로 비제조업 창업환경 순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9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4년 기준 서울에서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을 창업하는 데 거쳐야 하는 절차는12단계, 소요기간은 22일, 비용은 1인당 GNI의 15.2%인 2천195달러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창업환경은 OECD 평균인 6단계, 19일, 1인당 GNI의 6.5%보다 나쁜데다 창업절차는 전체 조사대상 155개국의 평균인 9단계보다도 많았다. 한편 공장건설을 하는 제조업 창업의 경우 관련 규제가 328건이나 됐다. 김 연구위원은 "창업에 필요한 행정절차 규제는 가급적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반면 환경규제와 같은 사회적 규제는 꼭 필요한 필수규제에 한해 규제의 품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행정도시 이전으로 충청이북 인구집중 우려 이상철 성공회대 교수는 "행정도시 이전이 인구 분산보다는 경인과 경북축 중충청 이북지역으로 인구집중을 가속화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구 과밀화 문제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도로만 진행되는 게 아닌만큼 전국을 염두에 둔 과밀화 문제를 다루면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00년 현재 전국 면적의 11.7%인 수도권에 인구의 46.3%가 집중돼있을 뿐 아니라 고속도로를 축으로 한 주변지역의 인구 집중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경인.경부고속도로 대전 이북지역의 진출입구 10㎞ 면적은 전국의 4%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38.6%가 몰려있어 인구밀도가 1㎢당 4천516명으로 수도권의 약 2.5배 수준에 달한다. 아울러 이 교수는 지난 1986∼2000년 수도권 제조업체의 증가율은 98.6%로 전국평균(95.6%)과 비슷하지만 충청도는 200%에 달하는 등 공장총량제를 비롯한 수도권입지 규제가 수도권의 외연을 넓히는 기능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3년 수도권 제조업체 평균 종업원 수가 10명에 머무를 정도로 대규모 공장 신.증설 규제가 수도권 제조업체의 영세화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행 수도권 입지규제가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하고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는 최선의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수도권 규제 등 지역균형 발전정책을 큰틀에서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식기반 경제를 이끌 혁신적 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보육을 유도하기 위해 우선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 비정규직 간에도 분화 김용성 KDI 연구위원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정규직과임금 차이도 벌어진다"면서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와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 간에도 분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규모별로 볼 때 4인 이하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중은 50%에 달하면서 임금도정규직의 48%에 불과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비정규직 비중이 20%에 못 미치면서 임금은 정규직의 62%라고 그는 분석했다. 김 위원은 근로현장의 갈등 해소와 노동시장의 통합을 위한 비정규직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을 실제 적용하는데에는 이론과 달리어려움이 많은 만큼 우선 복지 부문의 격차 등을 개선하면서 점진적으로 임금격차를해소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부당해고에 대해 국제적인 사례가 없는 형사적 징벌 대신 경제적징벌권을 도입하고 피해 근로자의 구제도 복직 대신 금전적 보상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집단해고나 개별 해고에 대한 절차와 규정 정비, 노조전임자 임금에 대한 한시적인 노사 공동 부담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재벌규제 사후규제로 바꿔야 정인석 한국외대 교수는 `투자효율성의 제고를 위한 경쟁정책의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의 경쟁정책 제도와 운영이 논리적으로 치밀하지 못해 과도하게 기업의 사업과 투자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사전적인 재벌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등이 반경쟁적 행위의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지 행위 자체가 반사회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회 후생 증진에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시장지배력 남용, 부당 공동행위 등 사후적인 분석과 평가를거쳐 불법성을 판정하는 반경쟁적 행위처럼 재벌규제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사후규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재벌의 바람직한 소유지배구조로 설정해두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가 기존의 구조보다 성과가 더 나을 것이라는 이론적, 실증적 보장이 없다"며 "정부가 기업의 투명성을 정책 목표로 추구한다면 의사결정, 기업의 내외부 감시제도를발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내전화와 휴대전화 등 통신시장의 경직적이고 비경제적 논리에 근거한요금규제가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를 저해한다"며 "기업의 행위에 대한 금지는 후생을 저해하는 경우로 국한하도록 규제방식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환경사건 기업시장가치 9.7%하락..선진국보다 민감 홍종호 한양대 교수는 `환경규제와 기업활동'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기업의 환경정보에 대해 선진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사건에 따른 기업의 평균 시장가치 하락률은 9.7%로 1%대 안팎인 미국이나 1~2%대인 캐나다보다 훨씬 높고 4~15%인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과 비교적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직접적인 환경규제보다는 오염배출량 등 기업의 환경관리 정보를 공개하는 의무환경정보공개제도를 운영, 기업의 시장가치에 영향을 줌으로써 기업이 환경성과를 개선하려는 유인을 제공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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