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소득을 누락한 역외탈세 혐의자에게 국세청이 지난해 1조원 이상 추징세액을 매겼다. 특히 이 중 85% 이상이 국고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나 평균 60%대였던 실제 징수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17일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11명을 조사해 1조78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30%가량 높은 것으로 역외탈세 추징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추징에 비해 실제 징수율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정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6월30일까지 징수실적은 62%정도이고 2012년 징수실적은 75%이며 2013년 말까지 85%를 징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3년 국고로 들어온 징수액은 약 9,170억원이고 8,258억원을 추징한 2012년에는 실제 6,193억여원을 걷은 것으로 보인다. 징수되지 못한 경우는 납세자가 조세불복 절차를 밟고 있거나 세금을 체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미국·영국·호주가 공동조사를 통해 수집한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관련 법인 10만개의 정보를 담은 400GB 분량의 원본 데이터 중 한국인 혐의자 61명에게 1,351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405명을 대상으로 조사 대상 선정을 위한 혐의를 분석 중이다.
탈루 유형은 해외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다른 법인이나 개인의 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숨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제조업체는 차명으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후 무역거래에서 번 돈을 은닉했다. 이 회사의 사주는 이 돈을 가지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국내 주식을 취득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고 이 차익으로 해외 은행 채권을 매입, 이자소득을 수취했다. 이 과정에서 사주는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주식양도소득과 이자소득에 대한 신고의무를 피했다. 또한 외국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투자하며 과세당국을 피해갔다. 국세청은 이 회사의 탈루소득에 대해 법인세 등 수천억원을 추징했다.
한 선박관리 회사의 사주는 조세회피처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선박을 소유해 국내 해운회사에 이를 임대했다. 선박 임대료는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국내 계좌로 받고 국내에서 관리하면서 세금신고를 누락했다.
한 도매업체는 사주가 조세회피처에 임직원 명의로 페이퍼컴퍼니 두 개를 설립해 한 회사가 나머지 회사를 100% 소유하도록 했다. 도매업체가 수행한 거래를 페이퍼컴퍼니가 거래한 것처럼 위장해 소득신고를 누락했다. 사주는 이 소득을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가 투자금과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국내에 반입한 것처럼 위장해 운용했다. 국세청은 법인에 대해 법인세 수백억원을 추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