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금감원 KB 회장·행장에 중징계 통보… 앞날은

거세지는 동반 퇴진론… 총체적 쇄신 목소리
전·현직 내부 인사로 회장·행장 겸임론 대두
새 지배구조 찾기 가능성… LIG손보 인수전 탈락 전망
정보유출도 무더기 징계… 전 금융권 인사태풍 예고

이건호 국민은행장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잇따른 금융 사고 및 내부 다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오는 26일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은 퇴임 후 금융권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 이와 함께 KB금융지주는 기관경고를 받을 것으로 보여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도 자동 탈락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소명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중징계 방침이 확정되면 현실적으로 이들이 남은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관계는 전산 시스템 교체 내분 과정에서 벌어질 대로 벌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 이에 따라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하고 당국이 KB 지배구조의 새 판을 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국내 최대 은행인 KB가 리딩뱅크로 발돋움하려면 차제에 지배구조와 조직 전반에 제대로 된 혁신의 칼날을 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정보 유출 파문 등으로 외국계 은행 카드사 등에 최대 규모의 징계 방침이 통보되면서 금융권 전체적으로도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KB 사고 회장·행장 결국 동반 문책=금감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것은 거듭되는 금융 사고와 내부 분쟁으로 KB가 철저히 망가진 데는 회장과 행장의 책임이 모두 막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사항으로 보면 경징계일 수 있지만 누적된 사고와 지속적인 내부통제력 상실 등을 종합하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교체 파문 등과 관련한 책임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권고를 받는 상황에서 지주사 사장에 이어 회장까지 오른 임 회장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하면서 정보 유출이 있었던 시점에도 임 회장은 지주사 경영을 맡아왔다.

이 행장도 결국 중징계를 피해가지 못했다. 전산 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갈등을 자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사태를 확산시켜 은행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린 데다 도쿄지점 불법 대출 사건 당시 리스크담당 부행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행장이 금감원에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자진신고한 점 등을 감안해 경징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당국은 모두 중징계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더불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와 사외이사들에게도 징계 방침이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결국 어느 쪽도 손을 들어주지 않고 동반 책임론을 제시한 셈이다.

◇거세지는 퇴진 압박…회장·행장 겸임론=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 방침이 확정될 경우 KB의 '임영록·이건호 체제'가 남은 임기 2년을 모두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 업무집행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으로 나눠지는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연임이 불가능하고 퇴직 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KB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도 받게 된다.

문책경고는 당장 임기 내 사퇴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당국의 퇴진 압박으로 간주한다.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동반 퇴진한 후 금융당국이 KB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회장과 행장 겸임 체제도 거론되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경우 차제에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전·현직 내부 인사 중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은행 임직원 무더기 징계 통보…금융권 전체 인사 회오리=금감원은 이날 KB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방침과 더불어 정보 유출 카드사와 다른 은행 등에 대해서도 300~4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에게 무더기 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대규모의 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KB국민·롯데·농협카드의 전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해임권고가 통보됐다.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은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카드사 감사들에게도 제재를 내린다. 당시 서문용채 국민카드 감사, 조욱현 롯데카드 감사, 이용찬 농협은행(농협카드) 감사가 각각 징계 통보를 받았다. 정보 유출 사태로 물의를 일으켰던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도 기관제재가 내려졌다.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에게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가 통보됐다. 금감원이 이날 징계 통보를 내린 임직원은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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