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금리에 우는 서민] '리볼빙 서비스'의 덫
돈 못갚아도 계속 미룰수 있지만 이자는 눈덩이이용액 5~10%만 결제하면 남은 대금은 상환 연장 가능연체이자 수준 29%내외 불구 카드사선 제대로 설명 안해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직장인 한모(32)씨는 지난달 차량수리를 위해 목돈을 썼다가 잔액이 70만원 정도 부족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카드사 측은 리볼빙이 된다고 했고 금리 등에 대해 설명해줬지만 업무가 많은데다 당장 돈을 융통하기도 귀찮아 건성으로 넘겼다.
그러나 리볼빙 서비스 이용대가는 작지 않았다. 20%에 가까운 금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돈을 못 갚아도 연체되지 않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다.
카드사들은 여기에도 덫을 쳐놓았다. 리볼빙 서비스는 이용금액의 5%에서 10%만 결제하면 남은 대금의 상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제도다. 목돈이 없어도 계속 상환시점을 연장할 수 있어 유리하다.
상당수 고객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해놓는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34조3,165억원임을 감안하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꽤 되는 셈이다.
그런데 리볼빙 서비스는 금리가 높다. 물론 카드사들이 고시하는 최저 금리가 연 6~7%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즉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고객들은 대부분 등급이 낮아 이 같은 금리는 무의미하다.
실제로 리볼빙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물어야 한다.
리볼빙은 최고 금리(현금 서비스 기준)로 보면 연체이자와 다름없다. 연체금리가 최고 연 29%인 카드사의 리볼빙 최고 금리는 연 28.19%로 큰 차이가 없다. 연체금리가 최고 연 28%인데 리볼빙 최고 금리는 연 27.9%인 곳도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연체금리와 리볼빙 최고 금리가 1~2%포인트 정도 차이 난다. 1%포인트 미만인 곳도 적지 않다.
오히려 리볼빙 최고 금리가 더 높은 곳도 있다. 한 지방은행은 연체금리로 25%를 매기는데 리볼빙 최고 금리는 연 25.95%다. 연체하는 게 더 낮은 금리를 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체율도 줄이고 수익은 수익대로 챙기는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다. 카드사들은 고객도 연체기록을 남기지 않고 빚을 갚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고객을 유혹한다.
그러나 연체이자에 육박하는 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말은 꺼내지 않는다. 상환부담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만 믿고 무절제한 소비를 하다가는 부채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더욱이 리볼빙은 잔액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처리된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리볼빙 결제가 될 경우 문자나 전화로 금액과 해당 수수료율, 선결제 가능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 같은 연락을 받을 경우 가급적이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고 결제를 하는 것이 좋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리볼빙 서비스의 장점도 많지만 무턱대고 쓰다 보면 고금리의 덫에 빠지게 된다"며 "갚을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빚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