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이 24일 법정관리 신청을 공식결의함에 따라 SK글로벌 처리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채권단은 그동안 43%의 캐시바이아웃(CBOㆍ채권현금애입) 비율을 제시하면서 해외채권단과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해외채권단이 100% 이상의 회수요구를 굽히지 않자 협상을 중단한 채 법정관리 행을 택했다. “과거와는 달리 해외채권단에 대한 배려없이 국내외채권단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채권단의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해외채권단이 이번 법정관리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며 협상재개를 희망하고 있는데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의 이번 결정이 해외채권단을 겨냥한 `마지막 압박수단`의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막판 협상을 통한 타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글로벌, 어떻게 될까=SK글로벌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법정관리 신청이 공식 결의됨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 중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한 뒤 2주안으로 채권단 2분의 1의 동의를 얻어 사전정리계획안을 내기로 했다. 채권단은 당초 결의 즉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청산형 법정관리가 아닌 종전의 워크아웃방안을 골격으로 한 사실상의 첫 사전정리계획에 의한 법정관리라는 점을 감안, 충분한 준비절차를 두기 위해 다소 시간여유를 뒀다. 이에 따라 SK글로벌은 법원이 채권단이 제출한 사전정리계획안을 받아들일 경우 채무재조정을 통해 본격적인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반대의 경우 청산이 불가피하지만 채권단의 회생의지 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지만 소버린을 포함한 해외대주주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을 통한 회생이나 사전정리계획을 통한 법정관리나 큰 차이는 없다”며 “다만 증권거래소 규정에 의해 법정관리 신청 즉시 상장폐지가 될 경우 기업가치 훼손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상장유지가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채권단 막판타협 가능성도=이날 전체 채권단 회의에서는 국내외 채권단이 차별대우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의 가이 이셔우드 수석대표는 “만약 법정관리 신청으로 불이익을 당할 경우 법적수단 강구는 물론 삼성과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금융인의 상식 선에서 모든 협상이 진행돼야 하지만 해외채권단은 협상의 의지가 없었다”며 “국내외 채권단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방에도 불구하고 최종 정리계획안 마련시점까지 2주간의 시간여유가 있다는 점을 감안, 막판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가이 이셔우드 대표는 회의후 “채권단이 14일간의 협상시한을 남겨둔 것은 현명하다”며 “여전히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채권단 관계자도 “해외채권단이 수정제안을 할 경우 언제든지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입장불변=SK그룹은 지난 18일 밝혔듯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안을 유지할 방침이다. SK㈜ 관계자는“SK글로벌의 회생을 전제로 한 사전조정형 법정관리가 SK㈜ 입장에서 워크아웃보다 상업적으로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상업적 판단에 따라 채권단의 법정관리 결정에 동의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그러나 채권단에 담보로 맡긴 최태원 회장의 지분 처리문제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만큼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최 회장의 경영권만은 유지시켜 줄 것임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지분처리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지분과 관련해 채권단은 일단 정리계획안에는 처리문제를 담지 않고 향후 논의를 더 하기로 했다. <이진우기자,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