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문란 파문이 확산되면서 관가가 뒤늦게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에 대한 질책을 하자 각 부처들은 윤리강령을 도입하고 근태를 점검하는가 하면 의심받을 만한 대외 행사를 긴급 취소하고 있다.
최근 연찬회 접대 향응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토해양부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해운업계 사장단 연찬회에 당초 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해 갑작스레 불참을 통보했다. 앞서 지난 16일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내부 회의를 열고 직원행동강령을 만들어 오는 20일 발표하기로 했다. 행동강령에는 국회, 산하 공공기관, 협회 등 산하단체와 언론 등 대외기관과의 바람직한 식사ㆍ술자리 문화와 행동지침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최근 장차관의 교체에 향응접대로 물의를 일으킨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조치까지 더해져 인사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직원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부처로 특히 민간인과 기업과의 접촉이 많은 지식경제부도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지경부는 조만간 80개의 산하기관 및 단체의 감사실 책임자를 불러 모아 공직기강 강화와 관련한 회의를 진행한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최근 1급 회의에서 "접대와 향응 등 근무기강 해이와 관련해 용서는 절대 없다"고 엄단 의지를 밝혔다.
지경부는 최근 직원들에게 점심시간을 오후1시 넘도록 갖지 말고 출근도 오전9시 이전에 반드시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 골프는 물론이고 공직윤리 규정에 명시된 3만원 이상의 접대를 받지 않도록 했다. 지경부는 직원들의 기강을 불시에 점검할 계획이다. 또 최근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 탓에 승진 등을 축하하는 화분 등도 모두 물리치는 등 바짝 몸을 낮춘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국토부나 지경부와 달리 민간과의 접촉이 많지 않아 동요하는 기색은 비교적 덜하다. 하지만 일부 고위직의 경우 저녁식사 값을 은행권이나 공공기관에서 슬그머니 결제해주는 관행이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저녁자리를 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고위 임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곤욕을 치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청탁배격 문화조성을 위한 매뉴얼을 직원들에게 배포할 방침이다. 또 가스공사도 지난 14일 자체적으로 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직무 관련자와 식사나 골프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과다한 대내외 행사도 자제하도록 했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최근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단속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최대한 민원인 등과의 접촉은 피하고 있다"며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