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원투펀치 … 증시 조정국면으로

코스피 1% 이상 떨어져 추가하락 가능성 대비를


국내 증시가 연휴 기간 발표된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과 중국 경기지표 부진 등 충격을 한꺼번에 받으며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금융위기와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서 한국 증시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당분간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19포인트(1.09%) 떨어진 1,919.96포인트를 기록하며 1,920포인트 밑으로 추락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국의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말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로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한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지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부진한 경기지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한 50.5를 기록,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이날 장중 발표된 1월 비제조업 PMI 역시 지난해 12월보다 1.2포인트 떨어진 53.4를 기록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기하고 있던 미국과 중국의 악재가 연휴 직후 원투펀치를 날린 셈이다.

외국인은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4,18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024억원과 2,16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매도에 따른 하락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1월23일부터 대규모 매도로 일관하며 이날까지 6거래일간 1조5,356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던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테이퍼링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경기둔화 영향이 간접적으로 국내 수출 회복 지연을 불러올 수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월 대비 0.2% 역신장을 기록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2일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최근 회복 흐름을 감안할 때 시장 기대치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지적이다. 특히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높은 일평균 수출액 역시 1월 20억7,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12월보다 둔화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양회'로 불리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3월 초까지는 한국 증시의 불안감이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는 '예측 가능한 속도의 축소'라는 점에서는 악재로만 볼 수 없지만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에 대한 불안이 크던 차에 등장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악재가 됐다"며 "선진국 시장 하락과 신흥국 시장 하락이 서로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에 코스피도 투자 심리 위축으로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설 연휴 열렸던 미국·유럽·일본 시장의 흐름을 따라간다고 보면 코스피는 1,900포인트대까지 재차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도 이어지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 결정으로 신흥국 불안이 확대됐지만 국내 증시는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한 신뢰 확보와 대외건전성을 통한 신흥국과의 차별성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증시 변동성의 안정, 신흥국 경기의 지속적인 상승 등 확실한 모멘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수출보다는 내수업종, 대형주보다는 개별종목에 대한 단기 트레이딩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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