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3개 대회면 충분했다. 신지애(21ㆍ미래에셋)가 6타 차 열세를 뒤집고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복의 첫 단추를 끼웠다.
신지애는 8일 싱가포르 타나메라CC(파72ㆍ6,547야드)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때려내 캐서린 헐(호주)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 LPGA 정회원이 된 신지애는 이로써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정상급 선수가 총출동한 특급대회에서 우승하며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확실히 알렸다.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비회원 신분으로 거둔 3승을 합쳐 LPGA투어 통산 4번째 우승. 코리안군단의 시즌 첫 승전보도 그의 몫이었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
데뷔전 SBS오픈에서 컷오프의 아픔을 겪었던 그는 혼다LPGA타일랜드 공동 13위로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이름에 못 미친 게 사실이었다. 이번 대회도 2라운드까지 중위권에 처졌던 그는 3, 4라운드에서 6타씩을 줄이는 뒷심으로 슬럼프 우려를 깨끗하게 날렸다.
선두 캐서린 헐(호주)에 6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1~4번홀 줄버디를 엮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9번홀까지 파 행진에 그치고 바로 뒷조에서 플레이 한 헐이 전반에 2타를 줄여 4타 차로 앞서면서 추월은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기회는 위기에서 시작됐다. 10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친 뒤 3타째인 어프로치 샷도 홀에 3m나 못 미쳤지만 까다로운 파 퍼트를 성공시켜 분위기를 바꾼 것. 곧 이어 11번홀(파3)에서 티샷을 2m 옆에 붙여 10번홀 보기를 범한 헐에 2타 차로 따라붙었다. 12ㆍ13ㆍ14번홀에서 파를 지키던 신지애는 헐이 13번홀(파5)에서 5온 2퍼트로 2타를 까먹으면서 공동 선두가 됐고 헐의 14번홀(파3) 보기 덕에 자리를 바꾼 뒤 15번홀(파5)에서 3m 버디를 성공시켜 순식간에 2타 차로 달아났다.
헐이 17번홀(파4) 버디로 마지막 추격전을 폈으나 신지애는 18번홀(파4)에서 1.8m 가량의 파 퍼트를 침착하게 집어넣어 우승을 확정 지었고 헐은 마지막 홀에서 도리어 1타를 잃었다. 안젤라 박이 공동 3위, 유선영과 제인 박이 오초아와 함께 공동 6위, 김미현(32ㆍKTF)이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