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지주회사 전환 잇달아

지주회사 영업가치 없어 30~40% 할인돼 거래
지주회사 전환 후 자산가치 따라 주가 흐름 엇갈릴 수 있어 주의필요



올 들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분할 등 기업구조 개편 이후 자산가치에 따라 주가 흐름이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이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5일 한국콜마가 분할 재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주권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콜마는 전날 공시를 통해 화장품과 의약품 제조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한국콜마를 신설하기로 했다. 존속 회사는 한국콜마홀딩스로 상호를 변경해 한국콜마ㆍ썬바이오텍ㆍ콜마파마ㆍ씨엔아이개발 등의 자회사를 둔 지주회사가 된다. 오는 10월 1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0.365대 0.635의 비율로 분할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한국콜마의 한 관계자는 “주력 사업부문인 화장품ㆍ의약품 쪽은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중요하다”며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 재무재표가 적용되면서 아직은 본궤도에 올라있지 않은 콜마파마나 비알엔사이언스 등 자회사들에서 리스크가 생길 경우 주력 사업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회사 분할을 통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외에도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삼양사의 주식 250만주를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삼양사가 발행한 주식의 58.6%에 해당한다. 삼양홀딩스가 삼양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 삼양사 주식과 홀딩스 주식을 교환(스와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삼양홀딩스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국타이어와 애경유화가, 지난달 31일에는 동일고무벨트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회사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분할 이후 신설되는 한국타이어와 애경유화는 오는 7일 열리는 거래소 상장위원회에서 재상장 승인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최근 상장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한 것은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정권이 바뀌기 전에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주회사가 자회사와 주식을 교환할 때 발생하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유예기간이 올해 말까지라는 점도 상장사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다. 이상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사례들을 보면 상속과 관련된 이슈가 많다”며 “그 동안 3년마다 과세 유예기간이 연장돼 왔지만 올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등 이슈를 마무리해야 하는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사업 부문별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 지배구조 등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력 사업부문의 성장성이나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형태 등 기업 구조개편에 따른 변화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밝힌 기업들 사이에서도 주가 흐름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동일고무벨트는 지주회사 전환을 밝힌 다음날 주력 사업부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5% 이상 급등했다.

한국콜마의 경우는 이와 달리 지주회사 전환 발표 이후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중국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베이징 법인을 주력 사업회사에서 떼어내자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로 기업의 기본적인 가치가 바뀌는 것은 없어 이날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그 동안 주가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이나 본사 건물 같은 유형자산을 보유할 뿐 영업자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회사의 배당이나 임대수익, 브랜드 사용 수수료 등의 수입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서 30~40% 할인돼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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