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하나 내려받는 데 5분 걸리던 것이 이제는 1분 정도면 가능하고 VOD 서비스도 안정화돼 2만명이 동시 접속하면 다운되곤 했는데 이제는 동시접속자 수 4만명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기존 서비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지난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곽덕훈(61ㆍ사진) EBS 사장은 2일 "수능강의가 안정화되는 대로 고객(학생ㆍ교사)의 수요에 맞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디오 클립 제작 및 DB 축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곽 사장은 정부의 수능교육 강의 지원과 공교육 현장학습 보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뛰고 있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단기적으로 수능교육을 원활히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을 보완해 사교육비를 대폭 절감시키는 것이 EBS의 존재 이유입니다. 특히 EBS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돼야 합니다." 지난 1970년대 일찌감치 전산학을 전공해 교육계의 정보기술(IT)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웹 2.0,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등 이용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려면 고객의 니즈 파악이 우선이라고 믿고 있다. 도곡동 EBS 본사 사장실에서 곽 사장을 만나 EBS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들어봤다. -EBS의 고객은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나치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집중된 느낌이 듭니다. ▦정부의 목적사업인 수능을 지원하는 것이 EBS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시스템 개선을 서두른 이유도 전국의 EBS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적 관심이 대학입시에 쏠리다 보니 EBS의 수능 강의가 언론에 집중 보도된 탓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EBS의 채널 7개 중 수능강의는 1개 채널에서만 제공합니다. 유아교육•인성교육•성인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인 '방귀대장 뿡뿡이'가 올해 10년이 됐고 '딩동댕 유치원'도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죠. 또 경쟁력을 갖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습니다. 노르웨이 국영방송 NRK와 공동으로 '북극열전'을 제작하고 고급 시청자를 위해 제작하는 여행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세계테마기행'은 성인들에게 가장 시청률이 높아요. 또 다큐멘터리를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제작하고 다문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기획해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고자 합니다. 지난해에 인기를 끌었던 '한반도의 공룡'은 올해 3D로 2탄을 제작, 오는 11월 극장에서 먼저 개봉합니다. 500만 관객 동원은 자신합니다. 그 밖에도 이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인 '스크린 한국어',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파스텔'도 시작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수능의 70%를 EBS 강의에서 내겠다고 발표한 후 학원에서 EBS 분석특강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EBS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EBS가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발표 이후에 EBS 수능강의 이용률이 지난해(934만건)보다 60%(1,634만건) 가까이 늘었어요. 사실 상류층에게 자녀교육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교육격차는 큽니다. 농가를 예로 들면 쌀 한 가마니 가격이 13만원인데 자녀들에게 과목당 30만~40만원 하는 사교육은 생각도 못하지요. 지방에서는 EBS만 본다는 학생들이 많아요. 수능강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품질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최고의 필진을 꾸려 교재를 제작하고 스타강사도 영입했어요. 최근 EBS 강의가 사교육의 표적이 된다는 말을 듣고 EBS 강의를 압축한 '요약강의'도 6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또 EBS 수능강의 난이도가 낮다는 지적을 반영해 내신 1•2등급 학생들을 위한 강좌를 개설하는 등 커리큘럼을 등급별로 구분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공교육 보완을 강조하셨는데 EBS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최근 교육의 화두가 창의성인 만큼 그 근간이 되는 문화 콘텐츠를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언어교육을 놓고 봐도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EBS가 주축이 돼서 EDRB(Educational Digital Resource Bank)와 CDRB(Culture Digital Resource Bank)가 구축되면 장기적으로 국가적 정보풀(pool)이 될 KDRB(Korean Digital Resource Bank)에 한걸음 다가서겠지요. 과학창의재단•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관련 기관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곽 사장께서는 IT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정통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부서를 만드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IT 관점이 아닌 미디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방송ㆍ통신의 융합에 그치지 않고 방송ㆍ통신ㆍ콘텐츠의 융합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수익모델을 창출해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부서 이기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큰 브랜드로 두고 세계 속의 한국 IT경쟁력을 어떻게 발휘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유비쿼터스가 실현되고 있는데요. EBS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까. ▦스마트폰 서비스를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의ㆍ입시뉴스 등을 아이폰에 맞춰 먼저 시작하고 상반기 내에 타 기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이패드용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하드웨어가 뭐든 이용자들이 EBS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직원들의 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안은. ▦맞습니다. EBS가 예산이 넉넉지 않아 그동안 직원들의 재교육이 어려웠습니다. 이사회를 통해 연수비를 늘려 올해부터는 자체적으로 국내외 연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를 직원 8명과 함께 둘러봤습니다. 앞으로 직원들의 재교육을 통해 EBS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3년 동안 동결된 월급을 올려줘야 하는 일인데 쉽지 않아요. 제가 취임한 후에 일이 많이 늘어났는데 묵묵히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항상 고맙죠. -취임 후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들었습니다. 배경이 궁금한데요. ▦EBS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그동안 방송계는 '제작해서 송출하면 끝'이라는 제작자 중심적 사고가 짙었어요. 방송은 단지 매체에 불과합니다. 콘텐츠, 즉 교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두번째는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업무의 논리부터 마인드까지 모두 바꿔야 합니다. 세번째는 디지털로 바꿔야 합니다. 방송계가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문화가 강하더군요. EBS에 트위터 등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접목해 생방송도 실시간으로 이용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꿨어요. 젊은 세대가 변했으니 우리의 최대 고객인 그들의 이용 환경에 익숙해져야죠. 세 가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교육본부, 교육방송연구소, 방ㆍ통융합추진단, 그리고 국제협력부를 신설했어요. 임기가 끝날 즈음에는 대한민국의 EBS가 아니라 세계 속의 EBS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청소년을 글로벌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세계와 소통해야 합니다. 교육은 만국 공통의 화두니까요. IT는 세계 속의 EBS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약력 ▦1949년 전북 임실 ▦1969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6년 서울대 자원공학 학사 ▦1981년 연세대 전 자계산학 석사 ▦1990년 고려대 전산학 박사 ▦1983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2002년 도산아카데 미 부원장 ▦2008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2009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위원회 위원 ▦2009년 e러닝 학회장 ▦2009년 10월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 곽덕훈 사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