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서열파괴`와 `적재적소` 원칙에 따라 초임 검사장급(17~19회)이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되고 과거 화려한 경력에도 한직에 머물러 있던 고검 인사들이 대거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직격탄을 맞은 사시 13~15회 고위 간부들은 거취문제를 함께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법무부는 “지속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적임자를 뽑았다”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송광수(13회) 대구고검장과 10일 밤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당수 검사들은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대체로 신뢰를 받는 인사들이 중용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대교체ㆍ파격 발탁 인사=우선 사시 12~14회가 주축이었던 기존의 검찰 지휘부가 2선으로 물러나고 13~18회가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발탁 승진과 관련, 15회 서울고검장 밑에 14회 차장이 배치됐다. 대전고검과 대구고검의 경우 각각 고검장과 지검장이 16회인 것도 관행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지검장에는 14회(유창종)에서 16회(서영제)로 기수가 2단계나 내려갔다. 대검 중수부장과 공안부장도 15회에서 17회로 내려갔고 법무부 검찰국장도 14회에서 18회로 훌쩍 뛰어 넘었다. 법무부 참모들은 14-15회에서 18-19회 인사로 모두 교체됐다. 검찰 일부에선 검사장 승진이 22회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말들이 돌았으나 19회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전문성, 능력에 주안점=보호관찰제도에 해박한 정동기 서울고검 형사부장이 법무부 보호국장으로, `공안통`인 안영욱(19회)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장이 노사분규가 많은 울산지검장으로 발탁된 게 예다. 대검 중수부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부장을 역임했던 안대희 부산고검 차장도 대검 중수부장에 발탁됐다. 이밖에 검찰총장에는 영남 출신의 송광수 대구고검장을 내정하면서 차장에는 호남출신의 김종빈 대검중수부장을 발탁하는 등 지역안배도 신경을 썼으나 전체적으로 검사장급 이상 간부 40명중 영남 18명(부산ㆍ경남이 12명), 호남 9명, 충청 6명, 서울ㆍ경기 5명, 강원과 제주 각 1명으로 부산ㆍ경남권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게이트 부실수사 승진누락=`이용호 게이트`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던 유창종 검사장이 대검 마약부장에, 99년 `옷 로비의혹사건` 당시 서울지검 3차장이었던 김규섭(사시15회) 수원지검장이 신참 검사장 자리인 부산고검 차장으로 이날 좌천돼 사표를 냈다. 또 피의자 고문치사 당시 서울지검장이던 김진환(14회) 대구고검 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옮겼다.
◇고참 검사장들 거취 따라 추가인사=좌천성 인사를 당하거나 한직으로 밀려난 13~15회 고참 간부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상당한 모욕감을 느끼며 사실상 숙청에 가깝다”면서도 거취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대거 물러날 경우 일부 검사장급 간부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사표를 냈거나 사의를 표명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김각영 전 총장을 포함, 10여명에 달한다.
◇송광수 총장 후보 현안 산적=사상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되는 송 검찰총장 후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상처 받은 검찰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정치적 중립방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송 내정자는 11일 “지금까지 연구해온 검찰개혁 과제를 실천, 거듭나는 검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김한진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