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자금 대출 부실… 제2의 서브프라임 우려

디폴트 비율 사실상 32% 달해
양질 일자리 줄어 리스크 심화
집 구입 등 미뤄 소비회복 지연


미국 재무부가 미 학자금 대출 부실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처럼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지원, 빚내기 등 미봉책으로 겨우 위기를 면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32%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라 블램 래스킨 재무차관은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학자금 대출자들이 (처음 몇 년간은 은행 이자만 갚다가 2009~2010년 원금상환 요구에 몰려 고통받았던) 모기지 대출자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며 "수백만명의 학생이 디폴트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졸업한 대학생이 3년 내 디폴트를 맞을 확률은 13.7%로 2010년 졸업자의 14.7%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학자금 대출자에 대한 세금공제, 연대보증인 제도를 통한 지급보증 등 연방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은 것으로 사태는 오히려 악화되는 실정이다.

실제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4만달러 이상의 대출을 안은 채 졸업한 대졸자의 80%가 은행이 아닌 개인에게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CFPB가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접수한 민원 건수는 9월 말 현재 지난 1년간 5,300건으로 전년동기보다 38% 급증했다. CFPB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디폴트를 맞은 미국인은 이미 700만여명에 이른다.

특히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핌코 등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재무부대출자문위원회(TBAC)는 전날 펴낸 보고서에서 학자금 대출 가운데 32%가량이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라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학자금 대출 1조3,000억달러 가운데 9%(1,000억달러)가 채무불이행 상태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채무연기나 상환보류 등 잠재부실까지 감안하면 디폴트 비율이 23%포인트 더 올라간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학자금 대출은 서브프라임 사태와 명확히 다른 측면이 있지만 심각한 연체수준 등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또 보고서는 "90일 이상 학자금 대출연체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대졸자들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던) 2009년 중후반의 30~40%보다 더 커지고 있다"며 "이 정도의 비율은 (위기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대출을 갚아야 하는 대졸자들의 상황이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으로 악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4년제 대학생의 40%가 6년 안에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더 나은 수입을 얻을 기회가 줄고 있으며 이는 디폴트 리스크가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젊은층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잃으면 디폴트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며 "신용도 하락, 은행 대출이나 구직제한 등의 여파로 개인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학자금 대출은 미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재닛 옐런 의장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도 빚에 쪼들린 대졸자들이 주택·자동차 구매 등을 미루면서 미 소비회복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학자금 대출 부실이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미 경제에 금융위기를 부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환기간이 장기라서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 수익성에 지장을 주겠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자금 대출은 미 경제를 곪게 하는 만성질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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