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버려선 안될 전술핵 카드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지난달 한국 등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후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전술핵을 국내에 재배치할 경우 북한에 비핵화를 설득할 근거가 사라지고 북한의 핵 개발을 묵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거나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비(非)확산 구상에 정면 배치돼 현실성이 없으며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므로 굳이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면 괌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재배치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거나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의사도 묻지 않고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한 것은 주권침해"라는 시각도 있다.

비핵화 공동선언 집착은 자가당착

반면 찬성론자들은 그동안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북한의 시간 벌기에 이용당한 채 실패했으므로 남한에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하고 비핵화 압박 카드로 쓰자고 한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철수시킨 지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북한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핵 보유국이 됐는데도 지난 1991년 12월 '비핵화 공동선언'에 매달리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주장이다. '핵 없는 한반도'실현이라는 궁극적 목표가 실종된 상태에서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유지에만 집착한 채 타임테이블도 없이 북한에 수동적으로 끌려왔다는 비판도 한다. 새누리당의 잠룡 정몽준 의원은 핵 보유 능력을 갖춰서라도 북한 핵을 없애도록 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가졌다.

이제 북한의 핵을 대화로 폐기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김정일ㆍ김정은 세습정권에 핵과 미사일은 생존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수단이자 체제 안정의 최후 보루다. 또 강성대국ㆍ선군(先軍)정치 정당화의 필수요소이자 대미협상의 지렛대다.

따라서 이제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상대방의 핵무기 위협아래 놓인 나라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세 가지다. 최선의 방안은 억지용 핵무기를 스스로 갖추는 것이다. 둘째는 핵무기가 사용 가능한 무기체계로 발전하기 전에 무력으로 사전 제거하는 이스라엘 방식, 셋째는 동맹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것이다. 그런데 앞의 두 방안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하거나 북한의 핵폭탄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규모 보복 공격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힘든 카드다.

결국 차선책은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 받는 것이며 무기의 성질상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 폐기를 재반입된 전술핵의 재철수와 연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김태영 전 국방장관도 전술핵 재도입을 추진했었다.

반대론도 북핵 공인 땐 명분 약해져

다행히 전술핵 재배치 반대론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배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희미해지거나 없어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 전술핵 재배치가 당장 현실화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유럽 동맹국에서도 전술핵 철수를 추진 중인 오바마 행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허하다"고 끝내버릴 사안은 아니다. 우리는 대북정책의 목표를 새로 세우고 정책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핵무기는 기존의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절대무기다.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원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도 핵 카드를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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