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은 가해자측 보험사의 지급금과는 별개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합의금의 성격을 가해자가 형사처벌 완화를 목적으로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 그 동안 교통사고 소송에서 합의금의 일부를 보험금에서 공제해온 보험업계의 관행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서울지방법원 민사14단독 연운희 판사는 6일 “형사합의금을 위자료로 보고 보험금에서 공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엄모(63)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7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엄씨는 지난 2001년 6월 부인이 버스에 치어 숨지자 가해자 운전기사와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합의금 1,300만원을 받되 이는 위자료가 아닌 재산상 손해배상이며 피고가 향후 해당 공제조합에 대해 갖게 될 구상권은 원고에게 양도한다`고 명시했다.
이 합의서는 합의금 중 일부가 보험금에서 공제돼 보험금 총액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성됐다. 교통사고 보험금은 재산상 손해배상과 위자료, 치료비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
엄 씨는 합의서를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지난 1월 법원은 `합의금은 위자료로 봐야 한다`며 합의금 일부를 보험금의 위자료 항목에서 공제해 버렸다.
이에 엄씨는 합의서의 구상권 조항을 근거로 `공제된 합의금을 돌려달라`며 조합에 대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라고 명시했는데도 위자료로 판단한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며 “위자료로 공제된 부분만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