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돈과 시간에 쫓기는 국산무기 개발이 낳은 폐해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개발에만 8조5,000억원, 120대 양산 비용은 9조6,000억원 등 무장을 제외해도 18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보라매(한국형 차기전투기·KFX)사업의 기간도 너무 짧다. 군은 앞으로 11년 뒤 최초의 보라매를 납품받는다는 계획이지만 무리다. 아직 형상 설계도 안 된 기체를 설계 제작해 5년 뒤에 첫 시험비행에 나서 11년 뒤 납품한다는 일정을 설령 지킬 수 있더라도 레이더는 없는 빈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라매의 엔진과 더불어 핵심인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는 전력화 기간이 13년으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 전력화는 기체 완성보다 2년이 늦다는 얘기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더욱 미지수다. 국내 모 연구기관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ESA 기술은 선진국 대비 14% 수준. 미국 노드롭사는 1990년 F-22용 레이더 개발에 착수해 2006년에야 전력화를 마쳤다. 유로파이터용 레이더는 개발 기간이 더 길다. 1994년에 시작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한 실전배치에는 이르지 못했다. 내년에야 가능해 보인다.
한국과 기술 격차가 하늘과 땅 수준인 미국과 유럽이 각각 16년, 20년 이상 걸린 AESA 개발이 13년으로 가능할까. 수천억원을 들인 해외와 달리 한국형 AESA 개발에 가책정된 예산은 2,020년까지 558억원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제 기계식 레이더를 면허생산해 국산 경공격전투기(FA-50)에 장착하는 수준의 기술력으로 저예산과 짧은 개발기간이라는 불리함을 안고 과연 KFX가 뜰 수 있을지는 지극히 비관적이다. 기간을 늘리고 예산을 증액하지 않는 한 흑표전차 개발·생산 지연과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