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美대선 D-1 양측 정책비교
고어-빈곤계층 혜택·대북평화외교 주장
부시-민간경제부문 중시·대외강경론 주도
수십년래 가장 치열한 경합으로 평가되는 2000년도 미 대선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민주당측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접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상호 비방이 격화되고 있으나 선거를 하루 앞둔 현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되짚어봐야 할 것은 역시 그들이 향후 정책 기조이다.
21세기를 열어가는 첫 해, 그리고 미국이 10년 장기호황을 이어가는 기로에 놓인 시점에서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일인만큼 그들의 정책 대결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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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은 감세문제 관건=양 후보가 경제와 관련해 가장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은 재정흑자 문제. 올해 2,4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미국의 나라살림은 10년 후에 4조5,000억 달러 이상으로 부풀어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 인지가 이번 선거 최대의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의 고어 후보는 근로계층, 빈곤계층에 대해선 감세 혜택을 주되 나머지 흑자 분은 국가 채무를 줄이는데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 2012년까지는 국가 채무를 완전히 갚아야 한다는 게 고어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국민의 세금이니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빈곤층이나 부유층 모두가 감세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부시는 향후 10년간 총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를 단행하는 대신, 재정 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은 일부 민영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틀을 유지하는 고어와와 달리 부시는 국내 경제정책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을 중시하는 셈.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으는 무역정책에서는 양 후보가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어-부시 모두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 활성화 및 뉴라운드를 지지하는 점에서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고어측은 국제 무역에 노동이나 환경문제를 연계시킬 것을 주장, 부시 후보와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도 엇갈려=클린턴 행정부의 외교 참모 역할을 해 온 고어와 외교관련 인맥이 두터운 부시는 각자의 전문성을 내세워 외교 정책에서도 여러 상반된 방향을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고어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직접 관련되지 않더라도 미국이 군사 등 각 부문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부시는 미국의 직접적인 손익에 도움이 안될 경우엔 국제 원조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도 북한에 대해 과감한 평화 외교를 펼치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보수적인 공화당은 `강경론'을 주장한다. 공화당은 지난 7월 채택한 정강에서도 북한을 `국제 체제 밖의 존재'로 규정하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었다.
이밖에 양 후보는 대(對)타이완 정책에서도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 후보 모두 `하나의 중국'및 중국과의 항구적 무역관계에 대해선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타이완에 대한 안전보장강화법안에 대해선 고어 `반대', 부시 `지지'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또 부시는 중국을 라이벌로 간주하는 한편 고어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강조, 대중정책에 있어서도 양자간 견해차가 눈에 띈다.
◇안보정책도 고어-개입, 부시-자제 대립=외교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안보정책에 있어서도 고어는 미국의 과감한 군사개입을 지지하는 반면, 부시는 신중ㆍ자제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가급적 해외 파병은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부시측의 주장이다.
가령 코소보 지역에 대해 고어는 미국의 평화정책 노력 지속을 호소하지만 부시는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유럽 국가들에게로 이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 국제안보협약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 차이가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는 국가미사일방위시스템(NMD). 고어는 이라크와 같은 적대국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NMD를 추진해야 한다고 내세우지만, 부시는 안보 강화를 위해 NMD는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의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에 대해서도 고어는 러시아와의 협의를 중시하는 반면, 부시는 러시아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조약 파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해선 고어가 비준에 찬동하는 반면 부시는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입력시간 2000/11/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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