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30년만의 외출"삼성전자나 LG전자는 굉장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창업 29년만에 큰 맘을 먹고 '사업전략 설명 및 제품 발표회'를 가진 샤프전자의 이기철 사장은 이런 저런 말 끝에 삼성과 LG를 다분히 의식하는 말을 시작으로 샤프전자의 사업전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자수첩이라는 히트상품을 내세운 채 자신의 아성만을 고집하던 샤프전자가 드디어 세상을 향해 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이날 마련한 행사.
그동안 이와 유사한 행사라곤 3년전에 합작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가졌던 축하행사 정도다. 이를 제외하면 이날 행사는 사실상 창업이후 처음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한마디로 30년만의 외출인 셈이다.
"일본은 알다시피 지금 극심한 경기침체로 허덕이고 있다. 시장 1위 제품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이 사장은 "삼성이나 LG 등은 물론이고 지구상의 어떤 기업도 접근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제품(Only One Goods)이나 품목을 찾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일본샤프의 방침이자 한국샤프가 뒤따를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이전투구의 전장은 피해가되, 어떤 적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난코스만을 밟아가며 벗어나겠다'는 계산이다.
샤프는 이날 발표한 공기청정기를 굳이 '플라즈마 클러스터'라는 선뜻 알아듯기 힘든 상품명으로 불리우길 고집했다. 발표회 시간의 상당 부분도 바로 이 상품의 기본 이론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일본의 샤프본사 사람이 최근 한국법인에 대해 중국법인 등과 경합해서도 생존할 수 있는 특장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샤프의 생존은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요." 이 사장이 사업전략을 설명하던 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새로운 개념의 상품은 통상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창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 30년만에 처음으로 과감한 접근전을 펼치는 샤프전자의 모습에선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위기의 글로벌 시대'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김형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