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나. 정권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내정 이후 경제부처는 물론 한국은행에서까지 최 후보자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시중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최 후보자의 경기부양론에 맞춰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진 가운데 당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쓴 논문 한 편이 오해를 낳고 있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소비변동 효과-미시적 실증분석'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급격한 소비위축을 막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며 저소득층에 미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 본인은 학자로서의 연구행위일 뿐이라고 하지만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러잖아도 한은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는 촌극을 빚은 바 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에서 "(DTI·LTV를)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가 20일에는 '신중하게'라는 표현을 빼고 다시 제출한 것. '신중하게'라는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뺐다는 한은의 설명이 되레 오해를 키운 꼴이 됐다.
경제부처 수장들의 코드 맞추기식 발언도 듣기 민망하다. 최 후보자의 DTI·LTV 완화 입장이 나오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 수 있는 혜안을 찾아보겠다"고 호응했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두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화답했다. 뚝심 있는 공직자로 각인된 신제윤 금융위원장마저 국회 답변 때 완화불가 입장에서 한발 후퇴했을 정도다.
관료들의 이런 모습은 되레 '최경환 리더십'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이 최 후보자를 비롯해 새 경제팀에 바라는 것은 각 경제부처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소통·협력하라는 것이지 취임도 전에 위세부터 부리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