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하기 싫거나 불리한 일을 부득이하게 해야 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로 `울며 겨자 먹기`란 표현이 있다.
골프 라운드 중에도 이렇게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있다. 파4 홀, 150㎙ 거리의 세컨드 샷. 그린을 향해 날아가던 골사장의 볼이 스탠스보다 높은 곳에 놓여 있었기 때문인지 그린 왼쪽으로 휘면서 떨어진다.
왼쪽 숲과 인접한 러프 지역에 떨어졌지만 볼이 오간 데 없다. 분실구로 판단하고 룰에 따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볼로 드롭을 막 했다. 바로 그때 캐디가 “여기 볼 찾았어요” 하는 게 아닌가.
보통 골퍼라면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드롭한 볼을 집어 들고 뛰어가며 행운을 자축할 테지만 골사장은 역시 골사장이다. 이미 드롭을 하고 나면 드롭한 볼이 인플레이 볼이 되고 먼저의 볼을 친다면 오구 플레이(2벌타)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드롭한 볼로 플레이를 하는 골사장의 표정은 마치 울며 겨자를 먹는 것 같았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동반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플레이어의 인플레이 볼이 집어 올려졌으면 그 볼은 드롭 또는 플레이스 됐을 때 다시 인플레이가 된다. 교체된 다른 볼은 드롭 또는 플레이스 됐을 때 인플레이의 볼이 된다. (규칙 20조 4항)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