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1일 지역발전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한 후 전국이 요란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전국을 순회한 정책설명회장은 온갖 요구와 주문이 쏟아졌다.
초광역권에서 제외된 충북과 대구경북에서는 내륙벨트를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부산경남에서는 남해안선벨트를 제2수도권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저버렸다며 반발했다. 광주전남은 지역낙후도를 감안해 권역별 차등지원을 주문했고, 모호한 광역경제권 운영방식과 막대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지역 간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의 한복판에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비수도권에서는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믿지 못했고, 수도권은 경제 살리기를 포기한 정책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지방에서는 정부가 말로는 지방발전을 우선하겠다고 하지만 내심 수도권 규제완화를 전제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가 가시화하면 ‘지역발전 인센티브제도’ 는 그야말로 공염불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심 끝에 마련한 지역발전 청사진이 전국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정부가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의 기본 틀을 유지하게 된 것은 일단 지역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완화는 정치적 역학관계와 상황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명박정부가 기본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간의 선의의 경쟁과 자율적 협력으로 국가경쟁력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제도적 장치가 구비돼야 한다. 정부는 행ㆍ재정적 권한의 지방 이양 확대 등 지방분권 강화를 5대 추진전략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재정분권이 선행돼야 한다.
참여정부 이후 지방재정의 규모와 위상은 크게 제고됐지만 재정확충이 주로 의존재원으로 이루어져 총수입에서 지방세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국세 대비 지방세의 비중은 여전히 20% 수준에 머물고 있고, 재정자립도는 민선자치가 시작된 지난 1995년의 전국 평균 63.5%에서 2008년 54%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세원 이양이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인 법인세와 소득세의 일부를 지방소득세로,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한 소비세의 일부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돼왔다.
세원이양의 가장 큰 걸림돌인 지역 간 격차에 대해서는 지방소득세의 경우 지자체가 기초과세하는 부분을 단일세율로 하거나, 지역별로 차등적용하는 방안 등으로 보완할 수 있고, 지방소비세도 지역 간 세수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세수배분 기준을 징수지 기준과 재정력을 혼합할 경우 어느 정도 지역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하여 지방정부의 자치역량과 정책의지에 따라 자율성과 재량권의 범위를 조절하는 차등적 분권제도를 도입하면 분권화의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다. 일본도 행ㆍ재정적 능력을 고려하여 중앙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완화해 주는 특례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농산어촌 지역의 카운티(County)는 주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현장사무소로 자치계층이 매우 다양하다.
정부의 새로운 지역발전정책은 순회설명회에서 걸러진 지역여론과 운영방식의 정교화를 통해 상당폭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어떤 추진전략을 선택하든 재정분권을 강화해 진정한 지방화시대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