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력업종 기상도 '흐림'] 정유, 일본 엔저에 치이고… 섬유·가전은 중국 도전으로 주춤

샤오미 이어 도요타쓰나미 겹쳐 스마트폰·車 흔들
반도체외 12개 업종 중 9개 업종 수출 타격 클듯

부산 감만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인 가운데 수출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서울경제DB



#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년 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3·4분기에 6.4%에 불과하던 샤오미의 점유율은 올해 3·4분기에는 16.2%로 껑충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1.6%에서 13.3%로 고꾸라졌다. 샤오미는 1년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해나가면서 삼성을 제치고 시장 1위 업체로 등극했다. '샤오미 쇼크'다.

# 자동차 시장에서는 엔저를 등에 업은 도요타의 쓰나미가 거세다.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뛴 1조3,519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이후 7년 만의 사상 최고 이익이다. 매출액도 3% 증가한 12조9,445억엔, 순이익은 13% 급증한 1조1,268억엔을 나타냈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5조6,7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줄었다. 매출액은 0.5% 늘었지만 경쟁사인 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주요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엔저 효과를 앞세워 가격인하 등의 마케팅을 벌인 데 따른 직격타를 맞으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수출을 주도했던 스마트폰과 자동차 시장이 중국과 일본의 거센 도전과 반격 앞에 위태롭다. 자산운용사의 대형주 담당 펀드매니저는 "앞으로도 기술이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업체들과 수익을 깎아먹으면서도 점유율 경쟁을 벌여야 하고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더 나은 일본 업체와 마케팅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이라고 좀 나을까. 더 힘겹다. 자동차·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12대 업종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내놓은 '2015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대표 12대 업종 가운데 자동차와 일반기계·철강·석유화학·정유·섬유·가전·정보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9개 업종의 수출에 구름이 낄 것으로 봤다. 올해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다.

당장의 타격은 엔저다. 엔저로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정유업종의 수출이 올해보다 0.8% 줄어들고 자동차와 섬유·가전·음식료·조선 등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력 업종 가운데 절반이 엔저에 노출된 셈이다. 특히 정유는 일본과 휘발유, 경유·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품목에서 경합도가 높아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동차도 엔저로 수익성이 높아진 일본 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 일본 부품사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섬유와 가전 역시 우리와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지역이 비슷해 엔저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 9개 업종이 중국 업체와의 경쟁심화로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산업연은 내다봤다. 산업연은 "내년에는 철강과 반도체·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주력 업종이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섬유와 가전은 한중 간 경쟁 강도가 매우 심화할 수 있고 석유화학과 일반기계·조선·정유·음식료·디스플레이 등의 업종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기술경쟁력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반도체와 달리 미국 등 주요국 경기 개선에 기대고 있는 철강은 언제든 수출이 꺾일 수 있다.

12대 업종의 수출 증가는 밝지 않다. 내년 총수출 증가율은 올해(3.3%)보다 늘어난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고전하면서 국내 주력 12개 업종의 수출성장 전망치는 3.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 수출에서 12대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1.3%에서 거의 매년 줄면서 내년에는 77.9%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연은 이미 주력 업종들의 경쟁이 치열치고 해외 현지 생산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후발 산업 육성으로 수출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혁 산업연 연구원은 "주력 업종의 수출은 경쟁심화와 해외 현지 생산으로 갈수록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화장품과 의료용 전자기기 등 지속적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업종 등을 키워야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연은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소비(3.0%)와 건설투자(2.8%), 설비투자(5.5%) 등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성장세 유지와 금리인상, 중국의 7%대 경제 성장 등에 따라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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