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은둔의 기업에서 젊고 활기찬 기업으로 조금씩 변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중앙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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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다 높은 신용도’ ‘신격호 회장에 의한 신(神)성 통치’ ‘변할 필요도 없고 변할 의지도 없는 그룹.’
롯데그룹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다. 외부에서 롯데그룹의 내부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것은 과거 ‘죽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중국의 내부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돌았었다.
‘은둔의 그룹’ 롯데가 짙게 드리웠던 장막을 조금씩 거둬내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동인은 외면적으로는 롯데쇼핑 상장이지만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그룹의 차기 수장인 신동빈 부회장의 움직임이다. 신 부회장은 그룹의 정책본부장을 맡으며 롯데그룹의 공격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롯데가 상장을 할 만큼 ‘돈이 궁한 기업’(?)이 아닌 상황에서 롯데쇼핑의 상장은 경영스타일이 다른 신 부회장을 신 회장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 부회장은 지난 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CEO들을 측근으로 교체하며 의사결정의 속도까지도 높여놓은 상태다.
◇신동빈호(號) 속도 낸다=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신 부회장 체제의 롯데가 닻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실질적인 경영은 신 부회장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며 “물론 아직 최종결정은 신 회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한국롯데의 무게중심은 신 부회장으로 완전히 쏠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 부회장의 목소리가 커지며 업계에서는 롯데쇼핑 상장 이후 롯데그룹이 어떤 식으로 성장전략을 가져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2조원가량의 ‘종잣돈’이 생긴 만큼 신 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재계를 흔들 M&A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롯데 내부의 전략은 글로벌 사업 강화. 이미 러시아ㆍ중국 등으로 호텔과 백화점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브릭스(베트남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에 대한 진출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 국내에서는 ‘유통 맞수’인 신세계를 뛰어넘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점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마트는 올해 12개의 점포를 추가해 지난해보다 최소 25% 이상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젊은 롯데를 만든다=신 부회장을 그룹 내 직원들은 ‘영(Young) 롯데’라고 말한다. 그만큼 롯데 내부에서도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롯데는 사상 처음으로 ‘특별성과급’ 지급 등 내부직원 추스르기에 나섰다. 지난해 실적이 좋은 백화점 부분 임직원들에게 상여금의 105~235% 가량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안겨준 것.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연간 상여금과 상ㆍ하반기 매년 지급해온 정례 성과급 외에 추가 지급된 특별성과급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룹 직원들은 대외적인 경영정책의 변화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공군의 제2 롯데월드 건설 불가입장에 대해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낸 것은 정부 정책 등에 어긋나지 않게 맞춰가던 신 회장의 스타일과 달리 ‘비즈니스는 비즈니즈일 뿐’이라는 신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그룹 전체적인 IRㆍ홍보 강화도 이 일환의 하나로 이해하는 모습이다.
젊은 롯데라는 평가에는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M&A 활동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KP케미칼 인수, 현대석유화학 공동인수 등과 함께 롯데쇼핑의 상장은 그룹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후화 조짐을 보이는 조직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밑그림인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시장에서는 롯데의 S-Oil 인수설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롯데 ‘변화와 혁신’에 더욱 매진해야=롯데의 ‘보수적인’ 기업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변신’에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신 회장의 1인 지배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 실제로 롯데는 신 회장이 거의 혼자서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룹을 장악해왔다. 이 때문에 경영진이 회장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한 채 직언하기가 어려웠다는 건 재계에는 잘 알려진 사실.
롯데의 변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영승계 1순위인 신 부회장의 움직임을 더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