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 고속철 안전성 의심된다"

JR센트럴 "기술까지 훔쳐가" 맹비난… 양국 美 시장 선점 신경전



세계 고속철 시장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경쟁이 격화되다 못해 '맹비난'으로 치달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속철 기업이 중국 고속철에 대해 "안전성이 형편없는 데다 기술까지 훔쳐가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속철 기업 센트럴 저팬 레일웨이(JR센트럴)의 카사이 요시유키(葛西敬之) 회장은 6일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고속철의 안전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고속철은 안전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운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만큼 안전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속철인 신칸센(新幹線) 은 평균 시속 300km로 달리는 데 반해, 중국의 허셰(和諧)호는 350km로 달린다. 카사이 회장은 "일본의 경우 고속철 때문에 승객이 한 명이라도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면 치러야 할 비용이 엄청나다"며 "반면 중국의 경우 연간 고속철 사고로 1만 명이 사망하더라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만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카사이 회장은 또 "중국 고속철 기업이 해외 기업의 기술을 빼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 기업이 중국의 고속철 건설에 뛰어들 경우 반드시 현지 업체와 합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JR센트럴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고속철 기업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불만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알스톰은 중국 고속철 기업의 '기술 절도'를 수차례 비판해왔으며, 지난 달 독일의 지멘스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고속철 수주전에서 중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아예 입찰을 포기해버렸다. JR센트럴은 중국 시장에 아예 진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유독 JR센트럴이 중국 고속철을 호되게 비판하는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의 신경전 탓이다. 미 정부는 지난 1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자국 13개 권역에 고속 철도망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중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구간과 플로리다, 텍사스 지역의 철도망 건설권을 놓고 JR센트럴과 중국남차(中國南車)가 경쟁하게 된 것. JR센트럴은 일본 고속철 시장이 포화상태라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중국은 이미 50개국 이상에 철도차량과 레일을 수출하고 있는 철도 강국이다. 한편 중국의 고속철 업계는 자국의 항공업계와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내 고속철도망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항공기 승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동방항공의 류샤오융(劉紹勇) 회장은 "국내선의 60%가 크게든 작게든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4조 위안(약 658조원)을 쏟아 부어 철로 3만km를 새로 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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