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대우건설 인수한다]구조조정 시련 딛고 '재도약 날개'

항공·타이어·건설 '3각 주력편대' 구축…인수자금 조달·노조반발 무마등은 과제


“피땀어린 구조조정을 끝내고 마침내 ‘재계 8위’의 위상을 구축할 수 있는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국가 외환위기 속에서 여느 그룹보다 훨씬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항공ㆍ타이어에 이어 건설이라는 그룹의 3각 주력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재계에선 이를 놓고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단순한 원리를 실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종 인수까지는 대우건설 노조를 어떻게 다독일 것인지 등등 여전히 숱한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ㆍ타이어ㆍ건설로 이어지는 주력사업 포트폴리오=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그룹 총매출만 16조~17조원(기존 매출규모 9조6,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규모를 갖추게 된다. 재계 순위로는 LG그룹에서 분리독립한 GS에 이어 8위로 올라서는 것. 위상변화에 따른 영향력도 그만큼 막강해진다. 이 경우 기존 주력사업인 항공과 타이어에도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항공과 타이어사업을 두 축으로 하다 보니 국제 원유시장 변동과 같은 업황 흐름에 따라 경영실적이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이번에 건설 부문을 또 하나의 막강한 그룹 주력으로 확보함에 따라 ‘삼각파도’가 몰아쳐도 버틸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는 플랜트ㆍ환경설비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금호산업과 대형 토목건설 부문의 선두주자인 대우건설이 시너지를 내면 세계적인 건설사로 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대우건설로선 수년간 지체돼왔던 투자처를 잡게 돼 성장에도 청신호가 그려질 전망이다. ◇마지막 관문 넘어야=금호아시아나가 제시한 인수액 6조6,000억원은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2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그룹이 가동할 수 있는 현금동원력을 모두 활용하더라도 전체 인수금액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실제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초 기자들과 만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2조원대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나머지 4조6,000억원가량의 자금은 외부에서 조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금호아시아나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수대금 가운데 30% 정도는 금호아시아나가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은 재무적 파트너로 국민은행ㆍ미래에셋ㆍ사학연금ㆍJP모건ㆍ메릴린치ㆍ대우증권ㆍKTB네트워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주변에선 이와 관련, “금호 측이 인수자금 부족분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재무적 파트너를 추가로 물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대우건설 노조원들의 반발도 금호아시아나가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대우건설 노조가 그동안 인수기업으로 금호아시아나가 아닌 프라임산업을 희망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프라임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이후 필수적으로 펼쳐질 인력구조조정 등 각종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가 인수할 경우 보다 빡빡하게 경영합리화를 위한 작업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최근 “향후 대우건설의 실사과정에서 채권단이 실사조정 한도(5%)와 손해배상 한도(10%)를 합쳐 매각가격을 15%가량 깎아줄 것이 우려되고 있다”며 “금호아시아나가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도 이를 믿고 한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금호아시아나 카드’가 썩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해결하더라도 최종 인수과정에서 대우건설 조직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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