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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의 집권 3기 내각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연정세력 간의 불협화음을 막기 위해 잇달아 좌파적 정책을 내놓자 매파 성향의 분데스방크가 비판의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내홍이 일어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옌스 바이트만(46) 분데스방크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무역흑자 축소정책은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 남보다 잘한다는 이유로 벌을 내리는 것"이라며 "기타 유럽연합(EU) 기업들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어 과도한 수출 억제책은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메르켈 총리의 집권공약인 최저임금제와 조기퇴직제에 대해서도 "중장기 노동시장에 충격을 주며 결국 독일의 안정적 경제기조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분데스방크 총재의 공세는 최근 메르켈 3기 내각이 과도한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압박해온 미국 및 EU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며 "내수를 끌어올려 수입을 늘리고 기업투자(지출)를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2,060억유로로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7.5%에 도달하자 총리는 좌파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과 국제사회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중도좌파인 SPD와 연정을 구성하면서 부자증세안을 철회하는 대신 최저임금 신설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독일은 오는 2017년 1월까지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퇴직연령도 63세로 낮춘다. 이와 관련, 분데스방크는 연례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은 독일 경제가 왜곡됐다는 지적에 상응할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정부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기존 정책으로 복귀하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 같은 중앙은행의 정부 비판에 메르켈 내각의 대응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해온데다 중앙은행의 적절한 통화정책에 정부가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독일 경제가 순항하면서 국채발행 및 외화운용 실적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트만 총재는 또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절반을 정부로 이관하기로하는 정책도 최근 공개했다.
FT는 "연정 출범 초기부터 좌파와 불협화음을 연출해온 메르켈 총리가 이번에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며 "독일 내각이 내부갈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상실했던 기존 기민당-자민당 연정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