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산업은행ㆍ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대형화와 신속성이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화두를 제시함에 따라 이들 3개 금융기관 민영화의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등은 산업은행을 우선 민영화한 뒤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을 묶어 매각하거나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유도해 대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ㆍ우리금융ㆍ기업은행을 통째로 묶어 매각하는 메가뱅크안은 물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거대한 은행을 만들 거냐 말 거냐 하는 의견충돌이 아니고 세계 각국의 (은행 간) 경쟁에서 우리 규모가 작다고 해서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라며 “서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계기로 대형 투자은행(IB)을 만드는 데 무게중심을 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또 산업은행의 신속한 민영화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은행 민영화에) 4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데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3년 내에 민영화될 수 있도록 촉진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러 방안을) 서로 검토하게 되겠지만 그것 때문에 반드시 산업은행 민영화가 늦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민영화와 대형 IB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충돌되는 정책과제다. 민영화 금융기관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상응하는 자금력을 지닌 매수주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ㆍ우리금융을 동시에 묶을 경우 정부가 이들 은행의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땅한 인수주체가 없어 우리금융 민영화도 미뤄지고 있는 마당에 이들 은행을 묶을 경우 결국 정부 소유의 거대은행 탄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기류도 3개 금융기관을 묶어 민영화하는 ‘메가뱅크안’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날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메가뱅크안에 대해 “시장과 언론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라며 “이미 논란이 끝난 문제로 정부의 화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IB 등을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인위적으로 대형 은행을 만들면 효율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대형화한 후 매각이 지연되면 정부 소유 민간경영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므로 자칫 덩치만 큰 괴물을 만들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산업은행 민영화가 지연되면 한국투자펀드(KIF)와 중소기업 지원 등 다른 국정과제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것도 메가뱅크 구상을 접은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상 기획재정부는 물론 메가뱅크안에 부정적이었던 금융위원회도 대형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은 당초 예정대로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한 뒤 시장에서 자연스레 대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과 기업은행도 묶어 팔아 강력한 시장 주도자로 키운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민영화된 은행들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M&A를 통해 메가뱅크로 육성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크게 만들어 매각하면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좋은 구매자의 등장 여부,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기여도, 외화조달 창구로서의 산은 역할 등을 두루 고려하면 시기와 방법 측면에서 상당한 유동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