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냉방효과 성적암시… 심리자극/주부층에 어필 시장점유율 10%대 ‘껑충’더위가 쉽게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비가 잦았지만 더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풍기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숨이 턱에 찬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 여름에도 에어컨은 품귀현상을 빚었다. 현재 국내 에어컨시장은 삼성과 LG 등 두 업체가 전체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고 여기에 만도, 대우, 세기·범양 등 나머지 시장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실 가전제품은 광고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비슷비슷한 제품들중 소비자들 눈에 띄려면 독특한 장점을 드러내야 한다. 가령 품질이 월등하다든지, 가격이 매우 싸다든지 뭔가 한가지는 두드러진 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만큼 광고도 차별적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만도 위니아 에어컨이 바로 이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만도는 차별화된 광고를 통해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진출 초기 한자리였던 시장점유율은 현재 10% 중반대로 올라섰다.
만도는 지난 95년 가전 3사의 장악속에서도 에어콘 전문회사임을 알리기 위해 모델 윤정씨를 기용, 모델이라는 전문직종의 당당한 삶을 표현한 광고를 내보냈다. 이후 지난해엔 박진감 넘치는 아이스하키 경기장면을 접목, 강력한 냉방기능을 알리는 TV CF를 제작해 내보냈다. 그러나 소비자에겐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삼성, LG의 아성이 워낙 견고한데다 광고 또한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만도는 다시 한해를 기다려 CF감독의 귀재인 유레카 프러덕션의 김규환감독을 선봉장으로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는 우선 가전광고의 전형적 기법인 컴퓨터그래픽이 절제되어 있다. 마치 화장품이나 패션광고를 연상시킨다. 가전 3사의 광고와 달리 빅모델이 등장하지 않고 유명하지 않은 젊은 여성모델 등이 등장, 증언식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최근 젊은 여성들이 신소비계층으로 떠오른 것도 한 몫을 했다.
특히 가전광고가 보통 1차적 편익을 명확하게 알리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비해 위니아 에어컨광고는 제품의 1차적 이익보다는 소비자의 심리적 잇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즉 에어컨의 강력한 냉방능력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냉방능력이 강하다침실까지 시원하다남편에게 인기(?)를 얻는다」라는 은밀한 성적암시도 하고 있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여름엔 차가운 여자가 인기」라는 카피는 벌써 주부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고 있다.
제작사인 금강기획측은 『만도 위니아는 기존 가전3사에 비해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분명하게 안고 있다』며 『차별화를 위해 기존 광고와는 다른 형식을 의식적으로 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컨등 고가의 내구소비재의 경우 과거와 달리 구매결정과정에서 주부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판단에서 30∼40대 중산층 주부를 주요소비계층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금강기획은 증언식 광고의 진부함을 탈피하기 위해 촬영중 의도적으로 주연모델을 정하지 않고 「예쁘게 연기 잘하는 모델」로 주연을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촬영장이 동시에 오디션장이 됐고 모델간의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으로 오히려 광고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홍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