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경섭 美 법무법인 '발해' 대표

"국내기업 특허문제 둔감, 수출 때 낭패보는 일 많아"
82년 美 유학후 밑바닥서 시작
변호사·CPA 등 美고시 3관왕에
최근 경험담 담은 자서전 펴내


“지금이야 잘 나가는 변호사지만 한때는 ‘문제아’였습니다” 미국 변호사, 특허변호사, 공인회계사… 미국 시카고에서 법무ㆍ회계법인 ‘발해’를 운영하고 있는 신경섭 변호사(43)가 가진 자격증 중 일부다. 하나도 따기 힘든 자격증들이지만 신 변호사가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주경야독해 이룬 성취들이라 더욱 각별하다. 처음부터 편하게 출발한 재미교포들도 많지만 신변호사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게 남다르다. 그는 82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한민국이 답답해서’ 혈혈단신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학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부모님께서는 학비만 겨우 보내주셨다. 생활비, 책값 등을 모두 자기 손으로 벌어서 썼다. “이 때부터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습니다. 주유소, 모텔, 옷가게 경비원, 세탁소… 주로 흑인들이 사는 동네서 험한 일을 하다보니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도 보고 강도와 서로 총구를 겨누고 너댓 시간을 버틴 일도 있었습니다.” 그가 바르고 성실하게만 산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술, 대마초에 의지해 살기도 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폭력사건에 휘말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생활을 하던 그가 가정이 생기고 특히 첫째 딸을 갖게 되면서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게 됐다. 이후 시카고에서 회계법인, 금융회사 등에서 일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갔다. 신변호사의 주요 업무중 하나는 국내 기업이 미국에 수출할 때 특허, 저작권관련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이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특허나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 보니 미국에 이미 등록돼 있는 특허나 지재권에 대한 대비없이 물건을 내다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한두번 본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시카고는 매년 물류 관련쇼가 열려 국내 중소기업들이 많이 참가한다. 온풍기를 제조ㆍ판매하는 국내 영세기업이 미국에 특허가 등록돼 있는 제품을 ‘살짝’ 베낀 제품을 들고 시카고 물류 쇼에 나오려고 했다. 그 제조업자는 사전에 신변호사를 찾아와 상담을 했지만 사전 대비를 위한 법적 비용을 아까워한 나머지 ‘에라 모르겠다’는 태도로 쇼에 온풍기를 전시했다. 결국 미국의 온풍기 회사는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국내 중소기업은 온풍기 한대 못 팔아보고 거액의 손해배상금만 물어낸 채 미국에서 철수해야 했다. 신변호사는 “특허문제에 둔감한 국내 기업들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경우가 많다”고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고 말했다. 신변호사는 최근 ‘곰 같은 사나이 미국고시 3관왕 되다’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이책에는 그가 지난 80년대 도미해 현재까지 겪었던 일들이 가감없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미국에서 성공하신 분들의 책을 읽으면 고운 잔디가 깔린 뒷뜰에서 바비큐 파티하는 모습이 연상되곤 한다”며 “그러나 내 책을 통해 미국생활은 그런 장밋빛 풍요와 행복이 가득찬 게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신변호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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