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란 기존 경영진 혹은 대주주의 의사에 반해 기업매수를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물건이나 매매원리는 같다. 매도의사가 없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상장기업은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면 되기 때문이다.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는데 대주주나 경영진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한 주라도 많으면 기업의 주인이 바뀐다. 단 회사의 주인이 바뀌려면 주주총회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을 사고파는 것은 보통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다른 점이 많다. 기업은 물적자원과 인적자원으로 구성된다. 기업이 소유한 기계나 물건 매매는 비교적 쉽다. 문제는 사람이다. 기업을 사고파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인적자원도 넘겨 받든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렵다.
인수합병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조직을 잘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거대기업간의 M&A는 거의 경영진 상호간의 합의를 통한 우호적 M&A라고 할 수 있다.
적대적 M&A는 중소형 기업에서 주로 일어난다. 적대적 M&A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경우는 1대주주와 2대 주주간의 분쟁이 일어날 경우다. 1대주주가 경영권을 독식하고 2대주주가 경영에서 소외될 때 2대주주가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이 많아진다.
또 다른 경우는 경영이 부실하나 숨겨진 자산이 많은 중소기업도 적대적 M&A에 휩쓸릴 가능성이 많아진다. 인수후 자산의 분할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적대적 M&A에 휩쓸린 대표적 경우 중 하나가 한화종금의 경우다. 한화종금은 몇 가지 적대적 M&A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첫째,기존 대주주와 2대주주가 격돌한 적대적 M&A 사건이다. 둘째, 국내최초로 재벌기업과 개인투자가간의 분쟁이었다. 셋째, 적대적 M&A 후유증으로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
한화종금의 적대적 M&A는 한화그룹이 사모전환사채발행이라는 묘수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법원이 기존 경영권 보호에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점과 같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체 마무리되고 말았다. 한편 미도파의 경우 적대적 M&A 분쟁에 경제단체가 개입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우리기업 경영의 전근대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만 계기가 됐다.
M&A, 특히 적대적 M&A에는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긍정적 효과를 살펴보자. 첫째, 경영진이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하게 된다는 점이다. 기업실적이 양호하고 주가가 높으면 M&A에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 된다.
둘째, M&A자체가 산업과 기업성장은 물론 구조조정의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 90년대 정보통신 혁명의 주도한 시스코(CISCO)는 수많은 M&A를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세계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GE도 마찬가지다.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 여부를 떠나 M&A를 통해 경제구조조정과 성장이 가능하다. 셋째, 주식시장의 활성화이다. 적대적 M&A를 통해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면 주가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된다.
부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첫째, 적대적 M&A를 둘러싼 공격과 방어를 통해 기업가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면 경영권 방어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둘째, 장기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단기경영 성과에 연연하게 되어 장기적으로 주주와 경영진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일부투자가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적대적 M&A를 가장한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넷째, M&A에 효과에 대한 맹신은 국내기업을 외국에 헐값으로 파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외부자본으로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인수기업마저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유보자금으로 M&A에 나서는 외국사례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적대적 M&A의 경향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조광페인트도 2대 주주가 개입된 기존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1대 주주의 경영에 불만을 품은 2대주주가 외부의 도움을 얻어서 경영권 획득에 나선다는 전형적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적대적 M&A보다 우호적 M&A가 주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이후 주식시장을 풍미하는 A&D(Acquisition & Development: 인수 후 개발)를 보자. 주로 부실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과거와 M&A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인수하는 기업과 피인수 기업간 주식교환과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는 측면이 다르다. 이 경우 피인수 되는 기업의 대주주는 인수기업의 주가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M&A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적대적 M&A는 자본주의 경제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경영진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기업가치가 떨어지는데도 기존 경영진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적대적 M&A를 통해서라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진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IMF경제 위기 이후 사회적 분위기도 M&A를 적대시하던 과거분위기에서 많이 탈피했다. 각 경제주체별로 바람직한 자세를 나름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 역할이다. 정부의 태도가 M&A활성화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정부역할의 핵심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이를 공평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M&A와 관련한 규칙은 국민경제 효율성의 극대화다. 기업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높이고 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의 분쟁에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주가회복을 통한 경제회복이란 정부의 정책목적 달성이 용이하게 된다.
다음은 기업이다. 기업의 주인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경영진이 경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경영진이 경영을 책임지고 기업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가다. M&A 자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M&A 분쟁과정에서 흔히 주가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항상 의식해야 한다. M&A를 통해 기업가치가 높아져야 비로소 M&A가 의미가 있다. M&A가 머니 게임으로 발전하는 경우 냉정하게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와야 한다.
최정식/현대투신증권 리서치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