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2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핵 억제를 위한 위원회를 통해 협의하면서 지금 말한 부분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김 장관의 이날 답변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건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돼 이목이 집중된다. 나아가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해하는 북한에 전술핵으로 맞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김 장관의 답변은 한미가 지난 10월8일 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통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협의ㆍ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991년 9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선언에 따라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문제를 미국 측과 앞으로 협의해나가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의 답변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원론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확장억제정책위원회의 논의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비록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확장억제' 제공 공약의 실효성을 주기적으로 평가ㆍ관찰하는 성격의 협의체이지만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문제까지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군의 관계자는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 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응징 타격한다는 개념"이라며 "핵우산 전력에 포함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미가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협의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발언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런 발상이 현실화되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 주장은 2006년 10월9일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군 원로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다음달 SCM에서 합의한 확장억제정책위원회의 제1차 실무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