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3월 8일] '주총 데이'에 즈음해

이번주에는 현대자동차ㆍSK텔레콤 등 12월 결산법인 102개사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날짜 별로는 오는 12일에 몰려 있고 19일, 26일에도 많은 기업들이 집중돼 '주총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마다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 아쉬운 게 두 가지 생긴다. 하나는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터넷으로 주주들의 의사가 표현되지 못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나마 전문지식을 갖췄다는 기관투자가가 주총에서 제대로 주주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전자투표제도가 시행되면 주주들은 일상 생활에 지장 받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주총을 준비하는 회사 측은 주총 전에 주주들의 성향과 우호지분을 파악할 수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회사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적지 않은 주총관리비용 절감도 가능해진다.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일찍부터 준비했지만 여러 차례 연기되다 오는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당국이 발표했다. 차질 없이 준비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당국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다음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행사 문제다. 지난해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공시를 살펴보면 전체 안건 1만1,000여건 중 98.4%를 찬성했고 반대는 고작 0.4%에 불과했다. 문제가 없어서 찬성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소액투자자처럼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400개에 이를 정도로 기관은 증시의 큰손이지만 여전히 주총에서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나친 간섭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기관들이 책임감을 갖고 기업경영에 대한 건전한 감시자 역할을 할 때 우리나라 기업의 투명성ㆍ신뢰도가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바탕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관투자가의 역할에 기업의 미래, 투자자의 미래,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