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옥정 신도시 지구 내에 상가부지를 갖고 있는 김한수(가명)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가 소유한 땅의 지난해 공시지가는 ㎡당 90만원. 올해 같은 용도의 주변 땅에 매겨진 표준지 공시지가는 ㎡당 110만원으로 1년 만에 약 22% 상승했다. 신도시 개발 예정지이기 때문에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지난 4월 양주시가 공개한 열람장부에는 김씨 소유 부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당 54만원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땅값이 지난해 개별 공시지가보다 40% 떨어졌고 올해 확정된 표준지 공시지가에 비해서도 절반 이상이나 깎인 것이다. 29일 건설교통부와 양주시 등에 따르면 표준지 공시지가와 개별 공시지가가 이처럼 정반대로 책정된 사례가 양주 옥정지구 내에서만 160여필지에 달한다. 이들 중 120여필지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접수돼 정부의 재조사 및 확정 고시를 기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옥정지구에 이어 양주 신도시 2단계로 개발되는 이웃 회천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지 공시지가란 전국 모든 토지의 가치를 일일이 조사ㆍ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된 개념이다. 대ㆍ전ㆍ답 등의 지목과 이용상황 등을 감안, 해당 지역 내 대표성이 있는 땅을 ‘표준지’로 선정해 공시지가를 매긴다. 매년 초 표준지 공시지가가 정해지면 주변의 비슷한 땅들에 개별 공시지가가 매겨진다. 따라서 김씨처럼 표준지 공시지가가 20% 올랐는데 개별 공시지가는 오히려 40% 떨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양주의 경우 어떤 과정에서 잘못됐는지는 조사해봐야겠지만 표준지 지가와 개별 지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무려 160여필지에서 공시지가가 잘못 매겨진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힘들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도시 토지보상을 앞두고 보상금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공시지가를 깎으려 했다는 것이다. 옥정지구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는 오는 10월께 토지보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토지 보상금은 해당 연도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한 토지 감정평가액에 따라 정해진다. 개별 공시지가와 관계없이 보상금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옥정지구 주민대책위원회의 최완기 위원장은 “개별 공시지가가 보상금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왜 하필이면 신도시 보상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겠느냐”며 “공시지가는 정부가 공인하는 땅값인 만큼 보상금 책정에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주시의 한 관계자는 “잘못 책정된 개별 공시지가는 재검토를 거쳐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극히 일부분의 실수를 놓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