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블딥(W자형 이중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상하고 있다.
17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2년 12월 중 미국의 산업생산이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0.3% 정도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4ㆍ4분기 산업생산은 2.4% 감소, 연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2002년 11월 중 무역적자도 사상 최대치인 401억 달러를 기록했고, 미시건 대학의 올 1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예상치 87포인트를 훨씬 밑도는 83.7포인트로 나타났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가 미 경제의 약한 부분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미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1.5% 정도로 예상됐던 미국의 2002년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의 데이빗 로젠버그는 미 경제지표가 발표된 후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의 1.3%에서 0.8%로 낮춰 잡았다. 로젠버그는 이에 대해 “수출ㆍ재고ㆍ기업투자 등에 대한 예상치가 하향 조정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UBS 워버그의 제임스 오셜리번도 무역수지 적자폭이 기록적으로 확대된 것을 이유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0.8%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 마저 속속 하향 조정되면서 미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경기순환주기를 발표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001년 3월에 시작된 경기침체가 아직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 했다.
미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는 소비자도 동의하고 있다. 이는 미시건 대학의 올 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3.7을 기록, 지난해 12월의 86.7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밖에 이라크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북핵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도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악화에 대한 우려 확산에도 불구하고 FRB가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방금리가 이미 1.25%로 4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추가 인하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