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경기과열을 우려해 은행대출을 억제하면서 세계금융시장이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권 대출 쿼터를 폐지했던 중국은 지난해 대출이 급증하자 올해 다시 신규대출 규모를 지난해보다 22% 가까이 줄어든 7조5,000억위안으로 제한했다. 4분기 연속 경제상승률이 오르고 있는데다 지난 4ㆍ4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0.7%에 달한 만큼 중국 당국이 은행권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광의의 출구전략을 쓰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세계의 공장서 세계 시장으로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세계경제가 분명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반면 중국 내의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GDP의 27%가량의 돈이 은행 등을 통해 시중에 풀려나갔고 재정적자 수준도 GDP의 14%나 됐다. 이 정도의 유동성이라면 10%대의 성장률조차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리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점은 더 이상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 중국인들은 세계시장에'메이드 인 차이나'를 팔지 않고 '메이드 바이 차이나'를 판다고 말한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저가제품에 의존해 과소비를 했다는 게 일반론이지만 현재 미국은 중국이 아니더라도 값싼 제품을 수입할 곳이 많아졌다. 도리어 중국의 미국경제 의존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게 미국 내 싱크탱크의 분석이다.
언제부터인가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한중 수교 17년째인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20%를 넘어선 것도 자연스러운 추세일 뿐이다. 다만 지나치게 한 나라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우 자산버블이 터지는 등 급격한 변화가 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여전히 남은 숙제다.
긴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강국이던 적이 더 많았다. 영국의 역사통계학자인 앵거스 매디슨이 GDP 수치를 역산해본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전한 말인 서기 1년에 세계 총생산량의 25.45%를 차지해 32.02%로 1위였던 인도의 뒤를 이었고 송대까지 인도ㆍ중국의 양강체제를 유지했다. 그리고 명대 중기인 1500년께 인도를 앞질러 1820년께 중국 총생산량은 32.92%로 23.02%인 서유럽과 16.04%인 인도보다 더 활기찬 경제를 자랑했다.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직후인 1950년 중국 GDP는 전세계의 4.59%에 불과했지만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이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태세다. 매디슨은 오는 2015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구매력 비중이 20.54%로 19.19%인 미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가 되면 차이메리카나 G2라는 말 대신 차이나라는 한마디만 남게 될 것이다.
무역 다변화·中서비스업 활용을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달라진 중국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첨단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중국 제조업에서 부품ㆍ소재 시장을 개척하고 위안화 가치 상승을 계기로 관광ㆍ의료 등 서비스업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 파트너인 동시에 가공할 경쟁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