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충무공 정신을 생각하며

황원갑 <소설가·한국풍류사연구회장>

오는 28일은 이순신 장군이 이 땅에 오신 지 46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분의 탄신일을 맞아 다시 한번 불굴의 이순신 정신과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더군다나 중국의 고구려사와 발해사 탈취 책동에 이어 일본의 우익역사교과서 문제와 독도영유권 주장 등 주제넘고 금도를 넘은 망언망동에 강력하게 맞서기 위해서도 이순신 정신의 부활이 더욱 절실하다. 이순신 정신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이다. 이순신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必生卽死 必死卽生).” 그런 필사의 각오로 싸웠기에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거의 다 전멸하고 남은 13척의 전함으로 500여척의 왜적 대함대를 물리치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적인 대첩을 이뤘던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이순신은 단순히 명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열세를 우세로, 수세를 공세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탁월한 지도자였다. 이러한 출중한 리더십은 오로지 이순신만의 비상한 지휘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종대왕이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 최고경영자(CEO)였다면 이순신은 최고의 군사 CEO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순신의 54년에 걸친 일생은 죽을 곳과 때를 찾아다닌 눈물겨운 고행이었다. 그러한 이순신의 비장하고 비상했던 일생에서 우리는 탁월한 위기극복의 지혜를 배워야 하고 지도자는 출중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오늘과 같이 국난에 버금가는 국내외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순신 정신의 부활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순신 정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길이 열린다’는 이순신의 결사적이고 필사적인 구국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전쟁에 임해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필승의 신념과 비상한 전략 전술로 백전백승한 불세출의 명장 이순신, 그는 노량해전에서 순국할 때까지 조국에 대해서는 지극한 충성심으로 헌신했고, 가정에서는 극진한 효성과 자애를 다했으며, 부하들은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감싸주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등 참다운 삶의 길을 제시해줬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지금 우리는 불굴의 이순신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비상한 시기를 맞았다. 난국을 넘어 또다시 국난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언제 어떤 양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데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줄 모르고 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국민의 고통지수도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세대간의 갈등에 겹쳐 진보니 보수니 하는 남남갈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결코 좋은 이웃이라고 할 수 없는 중국의 역사왜곡과 탈취망동에 이어 일본의 우익교과서와 독도영유권 주장 같은 천벌받을 만행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안보 모두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뒷걸음질을 치고 있으니 어찌 이를 두고 난세요, 국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난제가 켜켜이 쌓여만 가고 시국이 이처럼 어지러운데도 오늘 이 시대를 리더십 부재시대라고 한다. 시절이 이처럼 수상하기 그지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나라 살리기에 주력하기보다는 허황한 명분이나 공리공명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하고 있으니 리더십 부재시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에게는 이순신과 같이 탁월한 지도자의 비상한 통솔력과 살신성인한 구국정신이 더한층 절실하다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맞아 다시 한번 장군의 거룩한 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기자. 이순신 정신의 강조는 천번만번 거듭해도 부족함이 없다.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 국제정세가 미묘한 오늘날 나라를 생각하는 이순신 정신의 부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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