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낙관론에 거품은 없는가

국내외의 여러 변수가 가로놓여 있지만 2%보다는 훨씬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4.3%나 된다. 국내외 각종 기관이나 연구소의 전망치중 가장 높다.외환위기를 벗어나는 기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지난해 4·4분기에 경기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큰 수확이다. 자신감이 소비 및 투자심리의 회복세로 이어지면 경기회복의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가 과연 정말 좋아지고 있느냐는 아직 낙관할 수는 없다. 최근의 각종 지표들은 분명히 청신호를 켜고 있다. 내수를 중심으로 실물부분이 뚜렷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증가세로 반전했고 투자도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낙관론은 이런 지표들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통계지표에 거품이 끼어있는 것이 문제다. 환란이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었던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아무리 못해도 그때보다는 나아져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기업들의 재고가 격감하는 바람에 올해는 생산은 했지만 팔리지않는 것까지 성장률을 높이게 되는 거품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이 경기회복세를 주도하고 있으며 다른 산업은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다. 그래서 제조업전체의 공장가동률은 아직 7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과잉설비 해소에 치중하고 있는 시기여서 설비투자의 눈에 띄는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믿었던 수출이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과 설비투자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우리 경제를 낙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설령 경기가 회복되고 있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업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수가 줄어들때 경기회복은 진짜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경기회복조짐이 되레 대기업들에 구조조정을 소홀히하고 노사갈등의 빌미가 되는 사태를 경계해야 한다. 경기회복 속도를 늦추고 성장이 더디더라도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서 경제기초와 성장잠재력을 다지는 정책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