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와 미나리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새삼 돌이켜 보게하는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어린이날까지 겹쳐지게된 것은 어버이와 스승, 그리고 청소년이 함께 어우러진 삼위일체라는 확고한 평형을 유지시킨 솥발같은 것이리라.광북 직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필자는 도리깻열에 맞출 수 없는 부실한 전나무 회초리를 들고 앞장선 부친을 따라 식장인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입학식이 끝나자『제 자식놈은 머리빡이 부스럼투성이니, 종아리를 이 매로 때려주시오』하면서 지휘봉같은 매를 내밀었다. 어린마음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고 눈앞이 노래지던 당시였다. 그러던 5월 어느날이었다. 토요일 일찌감치 퇴근해온 당신께서는 느닷없이 외양간 뒤켠에 있는 미나리꽝을 둘러보더니 『풋마늘 줄기에 살이 오르니까 미나리도 제법 통통해졌는디』라면서 낫을 가져오라는게 아닌가. 한 소쿠리 베어낸 미나리 중에서도 새끼손가락 굵기정도의 좋은 것만을 찰찰 골라내 볏짚으로 묶었다. 그리고 텃밭에서 솎아온 풋마늘 한다발을 곁들여 내밀면서 담임선생님 관사에 가져다 드리라는게 아닌가. 『올해 처음 벤것인디. 우리만 묵어서 되겄냐. 너 가르치느라 욕보신 선생님도 맛볼가심하시게 갖다드리고 오니라.』 언젠가는 일부러 당신자식 때리라고 손수 회초리 가져다 바친 분(?)께서 묘하다싶어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최근 어떤 텔레비전에서는 서로 칭찬하기가 지방 네트워크 시간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매로 닦달해 키웠다. 요즘「왕과 비」에도 보면 나약한 세자는 제쳐두고 똑똑한 둘째형(뒤에 성종이 됨)을 소혜왕후가 엄하게 매로 다스리고 있다. 올해는 유독 교사수난시대인 것같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하면 교사가 학생한테 매를 들었다해서 경찰에 신고, 또는 학부모가 자기 자식을 벌주었다고해 교사의 멱살을 잡는 등 이루헤아릴 수 없는 도덕불감증지대가 선생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간에 은연중 자리잡아가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적어도 5월만이라도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져 1년내내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비단 필자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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