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영웅을 키우자] <4> 이젠 뭉쳐야 산다

"中企간 기술 교류·협업화로 시너지 높여야"
엘비스가버, 스미스·진명INC 제휴후 신발 매출 '쑥쑥'
오성엘에스티도 신성홀딩스와 공동 출자로 윈윈 효과

양희운(오른쪽) 엘비스가버 대표이사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코미디언 엄용수(가운데)씨에게 기능성 신발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지방중소기업청


기능성 신발업체인 엘비스가버는 최근 중국 칭다오의 한 업체로부터 2억원어치의 수출주문을 받으며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날개를 달게 됐다. 국내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생기업이 이처럼 수출시장까지 뚫은 것은 제품의 기술력이 워낙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또다른 신발제조업체인 스미스, 관련기술을 보유한 진명INC와 사업 초기부터 3자 동맹을 맺고 기능성 신발을 개발해 특허까지 따내는 등 사업화에 성공했다. 2008년 8억5,000만원에 머물렀던 회사 매출도 올해 600억원으로 크게 늘려잡고 있다. 양희운 엘비스가버 대표는 "제품 개발과 생산은 물론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들이 모여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게 협업사업의 강점"이라며 "3개사가 수평적 관계로 시너지를 높였던 전략이 해외시장에서도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들이 긴밀한 협업관계 및 지식ㆍ기술융합화를 통해 글로벌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신기술을 창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나 마케팅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각자의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청이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간 협업사업'은 작년말까지 모두 96건의 지원실적을 기록했으며 중소기업 이업종중앙회도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융합해 기술노하우 전수, 신기술 개발, 공동기획 등의 협업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도 바람직한 케이스로 꼽히지만 이른바 '스몰 자이언츠' 간의 파트너십도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업체인 오성엘에스티와 신성홀딩스는 아예 지분까지 출자해 별도의 공동회사까지 세워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양사가 8대2의 비율로 투자해 세운 한국실리콘은 고순도의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있으며, 오성엘에스티가 잉곳-웨이퍼를 담당하고 여기에 신성홀딩스가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때마침 불어닥친 태양광 호황을 맞아 한국실리콘은 요즘 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으로 연일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한국실리콘 관계자는 "기업들이 모두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어 원료 수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에서 한 발짝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간의 기술이전 및 교류활동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LED조명을 생산하는 흥화전자와 지엘에스는 각자의 기술력을 공유해 윈윈 효과를 이끌어낸 사례다. 양사는 지난해 백색LED 조명기술에 대해 녹색기술 인증을 따내는 과정에서 기술보증기금의 소개로 대표들끼리 만나 기술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고 공동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대철 기보 실장은 "지엘에스는 전원처리기술이 다소 취약했는데 기술이전을 통해 해외 경쟁업체에 앞설 수 있었다"며 "기보를 통한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 사례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시장을 벗어나 일본 등 해외 기업들과의 공조체제를 가동하는 것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밀 부품을 만드는 다이캐스팅업체들이 모인 다이캐스트공업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다이캐스트조합과 다각적인 기술교류에 나서 기술격차를 좁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은 비교적 높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부품과 장비에서는 아직 일본으로부터 배울 게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종선 다이캐스트조합 전무는 "일본 조합이 발간한 전문서적을 한국에서도 발행하는 등 다양한 기술교류와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합간 교류를 통해 국내업체들이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융합 및 협업화를 통한 상생협력 관계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국내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자면 참여주체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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