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산기지 위상 흔들린다

동남아 국가들 "투자유치 기회왔다" 희색'제조업의 메카'로 부상해온 중국의 위상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풍부하고 숙련된 저가 노동력을 내세워 세계의 생산공장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중국이 갈수록 더해가는 임금 상승과 관리자급 인력 부족 현상으로 인해 생산기지로서의 잇점을 잃어가고 있는 것.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일부 대도시에 비해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중국에 빼앗긴 외국인 투자를 다시 끌어 모으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30일 보도했다. ASWJ에 따르면 기업이 공장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주요 입지조건은 저렴한 가격과 생산성, 부품업체 및 최종 소비시장과의 접근성 등. 중국은 지금도 이 같은 요인들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아시아로 유입되는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각국 기업체들이 앞 다퉈 몰려들면서 도시의 임금 수준이 크게 오르고 고급 인력 부족이 드러나기 시작, 생산기지로의 매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중국이 각광을 받을수록 생산시설 유치 요인은 약화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돈 한나는 "중국 일부 지역에 대해선 투자의 가격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상하이(上海)의 경우 주민의 연간 소득이 타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보다 높다는 것.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중국 중부지역의 소득 수준도 인도네시아나 인도, 베트남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실제 중국내 17개 공장과 2만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두고 있는 필립스 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지난 3년간 중국에서 임금비용은 8~9%씩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책임자인 조안 반 스프룬터는 숙련된 중국인 관리자를 두기 위한 비용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며, "'싸니까 모두 중국으로 몰려가면 된다'는 식의 단순 논리는 이제 적용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조류의 변화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은 인근 동남아 국가들. 자유무역지대 창설로 5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 창설된다는 기대와 함께 나타나는 중국의 임금 상승 덕분에 외국 투자자들을 고스란히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싱가포르 경제개발원의 테오밍키안 장관은 "신중한 기업이라면 중국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남아는 투자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좋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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