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진입로에 노조가 매달아 놓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깃발에는 ‘상하이 자본은 대주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라’는 내용의 글귀가 써 있다. /평택=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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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법정관리 신청] "기술 이미 확보…밑질것 없다"
상하이차 결정 배경·전망차입금 상환의무·구조조정 간여 부담등 모두 없어져구조조정 이뤄져야 법정관리 가능… 노조 반발이 변수재매각해도 경기침체로 인수희망자 나타날지 의문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심희정 기자 yvette@sed.co.kr
9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진입로에 노조가 매달아 놓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깃발에는 ‘상하이 자본은 대주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라’는 내용의 글귀가 써 있다. /평택=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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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던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함에 따라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투자를 하는 대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 회생이라는 '무거운 짐'은 우리나라 정부가 떠안게 됐다.
하지만 쌍용차의 앞길에는 숱한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아내려면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노조의 반발을 감안하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설령 법정관리가 시작된다고 해도 쌍용차가 살아나려면 매각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선뜻 인수에 나설 기업이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상하이차 왜 포기하나=상하이차는 지난 8일부터 중국에서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고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쌍용차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상하이차는 경기침체를 맞아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계속 돈을 쏟아붓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해도 상하이차로서는 별로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당장 상하이차가 입게 되는 금전적인 손실은 쌍용차 지분 51%를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800억원(시가 총액 1,600억원 중)가량. 물론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5,900억원을 모두 날리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법정관리 신청으로 약 6,500억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차입금에 대한 상환 의무도 없어졌다. 법정관리가 개시돼 은행의 채권이 출자전환될 경우 쌍용차의 대주주가 바뀌게 되면 상하이차는 쌍용차 구조조정에도 간여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통해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쌍용차 투자비를 모두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밑질 게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아직 생산도 하지 않은 C200 기술을 상하이차로 넘기는 데 쌍용차와 상하이차가 합의한 상태"라며 "신차 개발에 3,000억~4,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신차 기술을 1,200억원에 넘겼다는 것은 불법적 기술 유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구조조정 합의돼야 법정관리 가능=대주주가 포기한 쌍용차의 진로는 일단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일 경우 기업회생절차를, 그렇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업계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청산까지 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쌍용차 직원만 7,000여명, 여기에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대략 1만7,000여명이 쌍용차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쉽사리 법정관리가 시작되기도 힘든 형편이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하려면 쌍용차가 회생 가능하다는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쌍용차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쌍용차 이사회는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희망퇴직 시행, 순환휴직, 임금삭감 등의 자구노력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진행되려면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미 파업 찬반투표까지 끝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노조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날 노조 측은 "충격이 너무 커 이사회가 밝힌 자구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박사는 "쌍용차에 대한 모든 부담을 우리 정부가 떠안게 됐다"며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대규모 구주조정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 개시조차 표류하며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쌍용차 어떤 절차 밟나=쌍용차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앞으로 쌍용차가 어떤 절차를 밟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일단 다음주 중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낸 재산보전처분 신청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승인 결정이 내려질 경우 1개월 내에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판단한다. 여기서 회생절차를 밟느냐, 파산절차를 밟느냐가 결정된다.
신청자가 채무회피 등 불성실한 의도로 법정관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게 되면 법원은 쌍용차의 자산과 채무를 동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회생 가능성과 청산ㆍ회생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한다.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상하이차는 자동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법원은 곧바로 쌍용차에 대한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한다. 조사위원들은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평가해 회생 여부에 대한 견해를 보고서로 제출한다. 채권자들이 보고서를 보고 '회생절차 진행' 의사를 밝히면 관리인은 법원에 회생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쌍용차 회생 가능성은=쌍용차가 만일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일단 청산 부담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쌍용차가 궁극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려면 매각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최근의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인수에 나설 업체가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경기침체로 쌍용차의 주력 차종인 SUV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차체가 가벼운 모노코크 방식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반면 쌍용차는 프레임 타입을 고수해 판매가 저조하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쌍용차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쌍용차와 관련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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