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땐 '석유 배급제' 시행

'에너지 기본법' 9월부터 발효…뭐가 바뀌나
기술개발 재원확보 위해 목적세 신설 가능
에너지 장기계획·석유公 개발부문 분리 등
정책·현안 '국가에너지위원회' 서 심의·의결



석유 배급제 시행, 에너지 절감을 고려한 건축법 변경 등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에너지기본법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법이다. 에너지 문제를 국가 어젠다로 정했다는 선언적 의미 외에도 교통, 산업, 환경, 건축 등 여러 분야를 다루는 포괄적이고 강력한 법이기 때문이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은 “만약 에너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본법에 의해 석유 배급제를 실시할 수 있다”며 기본법의 위력을 설명했다. 아울러 기본법은 자원기술개발에 따른 비용을 대통령령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이론적으로는 에너지기술개발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세 신설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기본법에 의해 구성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위원장 대통령)는 우리나라 최고의 에너지 정책 심의, 의결기구로 에너지 정책을 진두지휘 하게 된다. 아울러 국가에너지위원회는 25명의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는 에너지 정책이 정부 주도에서 민관 합동으로 변경됐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30개 법률을 총괄하다 = 우리나라의 에너지 관련 법령은 총 30개다. 에너지원별로는 6개, 기능별로는 12개 등이다. 이밖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사업특례법 6개와 한국석유공사법 등 기관설립 6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이들 각개 법령에 의해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운용되고 있다. 올 9월부터 발효되는 에너지기본법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30개 법령을 총괄하게 된다. 원자력을 제외한 석유, 석탄,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을 모두 총괄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전력산업구조개편법, 해외광물자원 개발법 등도 기본법 밑에 있게 된다. 석유공사, 전력공사, 석탄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도 기본법의 지휘를 받는다. 한마디로 에너지기본법은 현재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에너지 관련 법령을 총괄하게 된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신설 등 = 기본법의 핵심 내용은 민관 25명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에너지 위원회를 설립토록 하는 데 있다. 이 위원회는 현재의 국가에너지자문회의를 대신하게 된다. 동시에 역할과 권한도 강화되 심의, 의결 기능을 갖추게 된다. 기본법은 또 20년 단위로 에너지 장기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있다. 이 장기 계획에는 산업, 환경, 건축 등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담도록 하고 있다. 즉 기본계획이 마련되면 건축법, 환경법 등 관련 법령도 이에 맞춰 개정해야 되는 셈이다. 기본법은 이밖에 에너지개발 기술 사업비를 조성토록 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특별회계 기금의 일부가 사업비로 이관된다. 또 기술개발을 위한 세금의 분배 및 세목 신설도 가능토록 하고 있다. ◇기본법이 해결해야 될 현안은 = 기본법에 의해 9월부터 가동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는 당장 적잖은 현안이 걸려 있다. 우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을 결정해야 된다. 덧붙여 하반기로 예정된 한국석유공사의 개발 부문 분리도 에너지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는 현재 석유공사 개발 부문 분리 건에 대해 하반기 상황을 봐가며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종료되는 교통세의 활용방안도 에너지 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최근 회의에서 정부는 교통세를 연장하되 일정 부분은 에너지, 환경으로 분배키로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규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해야 될 사안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정책도 위원회에서 당장 논의. 검토해야 될 내용이다. 입법 과정에서 기본법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가에너지위원회 독립성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졌다. 별도의 사무처를 두어 독립성을 확보해야 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정부 부처(산자부) 내에 설치해도 무방하다는 정부 안이 대립됐다. 결론은 정부 안으로 마무리 됐다. 에너지기본법은 90년대 후반부터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드디어 올해 빛을 보게 됐다. 기본법의 위력과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을 끈 기본법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변모시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