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에서도 수출로 근근히 버텨오던 자동차 업계가 최근 `3중고(苦)`에 허덕이고 있다.▲급제동 걸린 판매(내수ㆍ수출)
▲대치국면의 노사관계
▲정책 혼선으로 인한 중장기 전략 차질 등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밀어 닥치면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업계에서는 6월과 7월이 올 한해 명암을 결정할 고비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류층 구매마저 내리막길=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5월은 연중 최대 성수기. 그러나 결과는 `추락`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밑바닥을 헤맸다. 전년 동월에 비해 현대차는 27.4%, 기아차는 30.5%나 판매가 감소했다. 심각한 것은 내수를 뒷받침했던 이른바 `상류층`들의 구매 심리까지 가라앉아 대형차 판매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5월 한달 대형차 판매대수는 9,533대로 전달에 비해 22.5% 감소, 차종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인기를 구가했던 기아차 오피러스마저 2,049대의 판매에 그쳐 27.7%나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익성이 가장 높은 대형차의 판매가 곤두박질 할 경우 회사 전체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는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올들어 수익성에 기여했던 수출마저 전달보다 8%가 줄어들어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 같은 흐름을 역전시키기 위해 6월 대규모 판촉전을 벌일 예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승용차 판매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중산층의 구매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특별소비세 인하를 기대하는 `대기수요자`들이 늘면서 하락폭이 더욱 커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기 세율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악화하는 노사문제, 발목 잡는 정부=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11.1%(금액기준 11만3,000원). 판매는 내려앉고 재고는 누적되는데 임금 인상폭은 지난해(9만5,000원)보다 오히려 높아지고 경영 참여를 고리로 한 노조의 압력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가 추진중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 합작 공장 건은 노조문제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속연맹은 오는 7월2일 동맹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수요가 없고 업체들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판에 (파업으로)공급마저 끊어지면 환란 초기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정부 정책도 혼선을 거듭, 신차 개발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수출 전략에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강력한 입김에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까지 겹쳐 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현실을 우려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