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프트웨어(SW)와 철강 등 7개 분야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350여개의 새로운 직업자격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할 경우 근로자들은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관련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업종별 교육훈련 표준을 만들어 현장 중심의 능력 중심 사회로 가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포스코와 삼성SDS 등의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부터 채용과 승진에 적극 활용해 능력중심의 인력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별로 통용되는 국가자격을 도입함으로써 불필요한 스펙 쌓기 문화를 없애고 능력중심 사회로 전환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고용노동부는 19일 건설·기계·재료·화학·전기전자·정보통신·문화예술디자인방송 등 일·학습병행 7대 전략분야에서 'NCS기반 신 직업자격' 350개 종목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장의 실제 니즈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 19개 산업별 단체가 정부와 함께 직무능력기준을 만들었다.
NCS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을 국가가 설정한 수준에 맞게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한 표준을 말한다. 올해 557개가 개발될 예정이다. 개별 기업들은 NCS에 자사의 상황에 맞는 훈련을 맞춤형으로 추가한 프로그램을 일·학습병행제에 적용해 근로자들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토익이나 분야별 자격증과 같이 동종 업계에서 통용이 가능한 신 직업자격을 따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직접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업종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기업 특성에 맞게 기업대학과 대기업 사내 훈련원을 중심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SDS와 LG전자·SK하이닉스·KT·포스코·현대건설·대한항공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검증을 통과한 신 직업자격은 일·학습병행제를 기반으로 하는 과정평가형과 실기 위주의 시험 형태인 검정형으로 나뉠 예정인데 대다수가 과정평가형을 채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교육훈련부터 채용·승진·임금 등의 인사관리까지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활용이 가능해진다.
장항배 중앙대 교수는 "SW 분야에서는 대표 기업 모두가 NCS와 신 직업자격의 체계적 검증과 본격 확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만큼 보다 신속하게 교육과정에 적용해 산업현장 중심 SW 기술자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신 직업자격을 마련한 배경은 현재 500개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이 있지만 암기 위주의 시험으로 현장성이 떨어져 자격증을 따더라도 실제 활용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NCS를 토대로 현장에서 원하는 자격을 산업계가 설계해 적용하는 것이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서 무슨 현장 일을 할 수 있는가로 초점이 바뀌는 것이다. 내년에는 추가로 17개 분야에서 530개의 신 직업자격이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위해 이날부터 21일까지 '산업계 주도 NCS 확산 토론회'도 개최했다.
나영돈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관은 "NCS와 신 직업자격이 아무리 잘 개발되더라도 기업현장에서 활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현장성 높은 교육훈련을 운영해오고 채용시장을 선도해온 대기업이 NCS와 신 직업자격의 활용 확산에 앞장서준다면 우리나라의 다양한 교육훈련기관이 빠르게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