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전경련회장단 회동, 확연한 입장차

12일 재벌개혁의 수장과 재계의 대표적 이익단체인 전경련 회장단의 만남은 예상대로 개혁의 방향과 속도 등을 둘러싸고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양측은 특히 지주회사와 총액출자제한제 등을 놓고 적지 않은 이견을 드러냈고, 특히 최근 시작된 부당내부거래조사에 대해서도 `개혁ㆍ부양 별개론`과 `속도조절론`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 인사말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과 정책방향에 대해 듣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 방향을 도출하자”고 제의했다.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장도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화답했다. 외견상 드러난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이날 회동은 예상대로 주요 개혁 정책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개혁의 방향과 관련, 강위원장은 “시장개혁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식과 관행이 변한다면 3년 후 대기업집단 관련 시책을 전면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소임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옳다”며 재벌개혁 추진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재계 총수들은 이에 대해 “경기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국면인 만큼 합리적인 방향에서 개혁의 속도를 조절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은 특히 개혁의 핵심 줄기인 총액출자제한제와 지주회사 전환 등에서 상당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총액출자제한제는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을 불러오고 신규투자 집행에 걸림돌이 된다”며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 반면, 강위원장은 국내 재벌의 소유ㆍ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강위원장은 국내 지배주주가 있는 11개 기업집단 계열사 319개중 지배주주 일가가 갖고 있는 주식이 한주도 없는 계열사가 65%에 달한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주회사와 관련해서도 견해차는 확연했다. 강위원장은 재벌들의 소유구조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지주회사가 많이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전제하고, 다만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부채비율(100%)과 자회사 지분율 등 타인자본에 의한 지배력 확충을 막기 위한 기본 조건은 현행 골간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수들은 이에대해 “국가별ㆍ기업별로 특수성이 있는 만큼 지주회사를 도입할지 여부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중인 구조조정본부 해체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자원배분과 전략집행을 위해 구조본 기능이 필요하며 해외 유수기업과의 경쟁에 맞설 수 있으려면 구조본이 존속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계는 특히 6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관련, 경제상황을 감안해 기업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조사시기나 강도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조사절차나 방식도 합리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공정위는 예고된 사항으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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