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해자가 뺑소니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가해자 차량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장모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장씨와 부인에게 모두 297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모씨는 2010년 6월 새벽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있던 장모씨를 차로 밟고 지나갔다. 김씨는 사고 30분 뒤 현장에 돌아와 장씨를 발견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났다. 장씨는 사고 1시간 뒤 지나가던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한 달 뒤 경찰에 자수한 김씨는 장씨가 자신 때문에 다쳤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뺑소니(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운전자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장씨와 부인은 김씨 차량의 보험사가 무죄 판결을 내세워 배상 책임을 부인하자 이번 소송을 냈다.
1, 2심은 "뺑소니 혐의에 무죄가 나온 것은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지 공소사실이 아예 거짓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장씨 측 손을 들어줬다. 형사 재판에서 증거 불충분 등으로 뺑소니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가해자가 차량 운행에 주의를 다했다는 점 역시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