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월드컵이 끝나버린 셈이지만 아직도 월드컵의 후유증은여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동안 새벽 축구 경기를 보느라 생활 리듬이 깨진 것은 물론이고 16강 좌절에 따른 `우울감'과 `분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월드컵에의 `몰입'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주요 경기들이 남아있어 새벽마다 축구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이제는 서서히 월드컵의 `최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경우를 보면 경기에 지나치게 몰입한 사람들이 월드컵이 끝난 후 허탈감에 빠져 우울증 등으로 간혹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월드컵으로 생긴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요령을 여러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영화는 끝났다. 이제는 내가 주인공이다" =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가 자신의일상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묘한 측면이 있다.
특히 한국인처럼 일체감이 강한 민족의 경우는 이 같은 `몰입'이 더욱 심하다. 더욱이 나라별 대항전인 월드컵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한국인의 몰입 정서에 국가간 경쟁심리를 더해 마치 자신이 경기장의 선수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경향이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의들은 무엇보다 `이제는 영화가 끝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채정호 교수는 "월드컵 후유증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일상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영화 한편을 재밌게 봤다'는 생각으로월드컵 대신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이슈들로 관심을 돌려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월드컵에 너무 몰입했던 사람들은 충격과분노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울감을 한동안 겪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축구란 축구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매스컴에서도 경기의 승패를 들먹이며 우리가 억울하다고 부추기는것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최선을 다했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삼성서울병원 윤세창 정신과 교수는 "16강 탈락이라는 허탈감에 빠져 자기생활에 대한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결국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규칙적인 생활, 균형잡힌 식사, 운동, 긍정적 사고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후유증 길어지면 스트레스성 질환 일으킬 수도" = 월드컵 후유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낮에 졸립고, 불면증을 호소하면서 매사에 의욕이 떨어져 일이나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후유증의 가장 큰 원인은 잠이다.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경기를 보느냐 제대로 잠을 못 잔 탓에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에 문제가생기면서 불면증은 물론 무기력증, 소화질환까지 호소하게 된 것이다.
세란병원 신경과 이미숙 과장은 "잠이 부족하게 되면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은물론이고 두뇌활동이 둔화된다. 이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뇌가 잠이 부족해지면서 포도당 대사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고력ㆍ기억력ㆍ분석력 등이 떨어지고 아이디어 개발이나 비평 등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이 과장은 덧붙였다. 특히 수면 부족은 포도당 처리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악화될 수도 있으며 면역기능도 저하로 인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성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 "생체리듬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 = 월드컵 후유증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바로 흐트러진 생체 리듬을 회복하는 일이다. 먼저 시급한 것은 수면리듬을 되찾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신체리듬이 원래 리듬을 되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1~2주 정도 걸린다. 따라서 한꺼번에 너무 오래 자거나 수면제나 술에 의지 하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사람이라도 정시에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저녁에 정상적으로 잠이 들 수있다"고 말했다. 세란병원 이미숙 과장도 "수면리듬을 원래대로 고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라며 "아무리 늦게 잠이 들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낮에 졸릴 때는 10~30분 정도의 낮잠을 자면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30분 이상의 과도한 낮잠은 밤에 잠이 드는 것을 방해 할 수 있으므로피하는 것이 좋다. 또 그동안 소모된 체력을 만회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틈틈이 물과 채소, 과일을 많이 먹고 필요한 경우에는 종합 비타민제를 충분히 섭취해 주는것도 좋다. 또한 최소 1~2주 동안은 생체리듬을 깨뜨릴 수 있는 술자리나 회식 등은 피하고과도한 운동 역시 삼가는 게 좋다. 대신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피로를 풀어주고 나른해진 몸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월드컵 후유증 극복을 위한 제안
1. 수면시간을 철저히 지켜라. 특히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라. 2. 잠깐 동안의 낮잠으로 피로를 회복하라. 단, 30분 이상의 낮잠은 피하라 3. 7~8잔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셔라 4. 비타민제나 채소, 과일류 등을 많이 먹어라 5. 휴가 후 1~2주 동안은 술이나 회식을 피하라 6. 갑작스런 과격한 운동은 피하라. 7. 출근 하루 전에는 미리 업무를 파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