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는 그동안 저평가된 위안화를 바탕으로 수출중심의 성장을 구가했기에 통화절상 카드는 근본적인 경제정책 수정을 요하는 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컨테이너선들이 즐비한 중국 한 항구의 모습이 폭풍전야의 고요함마저 느끼게 한다. /자료=블룸버그통신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순방을 앞둔 중국이 조만간 미국 측의 요구사항인 위안화 절상 카드를 꺼낼 듯한 몸짓을 보였다.
지난 1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3•4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국제자본 흐름 및 주요 통화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밝혀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보고서에서 '안정적 통화정책 운용'이라는 문구를 되풀이하며 사실상 위안화 절상을 배제해왔는데 자본흐름과 주요국 통화를 참작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외신들은 인민은행의 이번 보고서가 이번주 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방중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위안화 절상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11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경제지표에서 드러났듯 중국 경기가 완연한 V자형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미국•유럽연합 등의 위안화 절상 압력 공세가 거세지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검토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동안은 수출부진 등 글로벌 경기 하락으로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많지 않았지만 내년까지 강한 반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정책에 좀 더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그동안 경기확장을 위해 대규모 시중자금을 풀어오던 중국이 10월 신규대출 규모를 전월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2,530억위안으로 축소한 것도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인민은행 보고서가 밝혔듯 위안화 절상에 베팅하며 물밀 듯 밀려들어오고 있는 국제 투기자금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국제 투기자금이 지나치게 유입되기 전에 위안화 절상을 통해 비정상적 자본 흐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위안화 조기 절상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위안화 절상은 다분히 희망사항일 뿐 아직 수출경기가 냉랭한 상황에서 수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일 뿐 실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천더밍 상무부 부장은 지난주 말 수출을 위해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위안화 절상 요구를 묵살했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인민은행으로서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느낄지 몰라도 상무부 등 고위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위안화 환율 유지를 통한 경기회복이 더욱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실제 위안화 가치 절상은 또 다른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중반 이후에나 위안화 환율 절상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아시아를 순방 중인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11일 일본에서 "강달러가 국익에 중요하고 미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이 지나친 약달러를 이용해 자국의 수출경기 회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을 반박하는 동시에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기 위한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도 강달러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중국도 경제 현실에 맞게 위안화 절상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선제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