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공화국 오명 언제까지(사설)

대한항공(KAL)기가 추락, 2백여명의 귀한 인명이 숨졌다. 6일 새벽 괌의 아가냐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KAL 801편 보잉 747 여객기가 산악지역에 떨어져 또 대형참사를 빚었다. 5일 밤 서울 김포공항을 떠난 이 여객기에는 승객 2백31명·승무원 23명 등 모두 2백5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거의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가족동반과 신혼여행객들로 가슴아픈 사연도 많다. 생존자는 현재 33명으로 알려졌는데 구조활동에 따라서는 기대를 걸게 한다.이번 사고는 국내 항공기로서는 두번째로 큰 참사다. 지난 83년 9월1일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전투기에 격추된 KAL 보잉 747기의 승객 2백69명 전원사망 다음이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괌 공항관제탑의 노후화, 기상악화, 기체결함, 또는 여름철 성수기의 무리한 비행스케줄 등…. 다행히 블랙박스가 회수되어 해독을 위해 하와이로 옮겨졌다니 사고 원인은 곧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KAL기의 이번 사고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부도 도미노 등으로 기업을 비롯, 금융기관의 대외적인 신인도가 뚝 떨어져 있다. 나쁜 일은 함께 온다고 KAL기의 추락으로 국가 이미지마저 함께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문민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여기저기서 대형 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했다. 땅·하늘·바다 등을 가리지 않고 툭하면 터지는 사고로 외신에서는 부실·사고 공화국이란 오명도 들었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대구지하철 붕괴는 땅에서, 위도 앞바다 여객선침몰은 바다에서, 전남 해남군 야산에 추락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는 하늘의 사고를 대표하고 있다. 이제 KAL기 추락 사고가 하나 더 보태지게 됐다. 이같이 빈발하는 사고는 여느면 사고 불감증에서 기인한다. 사고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회풍토도 만연돼 있다. 대형사고의 원인인 부실공사만 해도 그렇다. 부실공사를 하면 사고가 날줄 뻔히 알면서도 부실을 감행하는 것이다. 정부수립이래 최대공사라는 경부고속전철도 부실공사로 공사가 올 스톱단계에 있지 않은가. KAL기의 이번 추락사고는 원인이 괌 공항쪽에 있든지, KAL쪽에 있든지간에 우리정부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현재 건설중인 영종도 신공항을 동북아의 중추(Hub)공항으로 육성, 세계 항공계에 도약하려는 계획으로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항공기의 잦은 사고는 외국인들의 기피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신공항에 대한 이미지도 좋을리 없다. 이번 사고는 외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구조활동이나 뒷 수습 등에 차질도 예상된다. 정부는 국가적 위신을 걸고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제 그만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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