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지난 2005년 ‘한국 10대 코스’에 베어크리크 베어 코스가 선정되면서 골프계에 파란이 일었다. 퍼블릭 코스임에도 당당히 명문 회원제 코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이다. 베어 코스는 2007년에도 10대 코스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베어크리크가 이룬 놀라운 성취의 한가운데에 황병관 사장이 있었다. 황병관 사장은 개장 초창기부터 근무하면서 베어크리크를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2년 전 베어크리크를 떠난 그는 신세계레저타운 대표로서 새로운 퍼블릭 코스를 조성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름하여 포레스트힐CC. 경기도 포천에 27홀 규모로 들어서는 포레스트힐은 현재 인허가를 완료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베어크리크의 성공 노하우 “포레스트힐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해발 300m 고지에 자리합니다. 빽빽한 삼림이 장관이지요. 비교적 암벽이 많은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챌린지 코스를 꾸미려 합니다. 프리미엄급 퍼블릭 코스를 또다시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또다시’라는 그의 말은 베어크리크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그곳에서 탄탄히 다진 노하우를 모두 쏟아붓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그에게 베어크리크는 각별한 곳이었다. 그가 꼽은 베어크리크의 성공요인은 간단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이상적인 결합’. “베어크리크는 기본적으로 평탄한 지형에 훌륭한 입지조건을 갖췄지요. 여기에 탁월한 오너 마인드, 효율적인 인력운용, 구성원들의 노력 등이 합쳐져 ‘하나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다. 당시만해도 퍼블릭을 회원제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우선, 퍼블릭은 원칙이 없었다. 티오프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규칙은 물론 기본적인 매너와 에티켓이 무시되는 공간이었던 것. 사장으로서 그는 원칙부터 만들어나갔다. “한마디로 ‘고요함’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불량팀을 골라 인터넷에 게시하고 불이익을 줘 개선을 유도했습니다. 처음엔 항의도 더러 받았지만 결국엔 ‘회원’들도 이해하고 오히려 격려를 하시더군요.” 퍼블릭에서 회원이라니? “인터넷 예약 위탁금 회원이지요. 지금은 여러 퍼블릭에서도 실시하고 있지만 당시엔 베어크리크가 최초였습니다. 30만원의 위탁금은 무단결장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어요. 그러나 정중히 ‘회원’으로 칭하고, 장기 미예약 회원 초청행사와 선물전달 등 갖가지 노력이 뒤따르니 내장객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퍼블릭에서 이런 제도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황 사장의 시선은 내장객에만 머물지 않았다. 내부 직원들의 노력이 전제돼야만 골퍼들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캐디의 능력향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문성을 키워주기 위해 라운드를 장려했고, 헬스클럽 설치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캐디면접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이 덕분에 캐디들 사이에서 베어크리크의 인기가 치솟았다. 1년에 1/3 가량의 캐디가 교체될 정도로 인력의 부침이 심한 것이 보통이지만 베어크리크는 이직율이 매우 낮은 곳으로도 정평이 나게 됐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복지시설 지원이 필수라고 생각했던 황 사장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10대 코스 선정은 ‘변화의 시작’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마침내 베어크리크는 퍼블릭임에도 ‘한국 10대 코스’에 당당히 선정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베어 코스는 모든 클럽을 사용해야 할 만큼 샷밸류가 높습니다. 투그린 시스템을 갖춘 것도 전략성을 배려하기 위해서였지요. 이렇게 코스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퍼블릭이 가지는 핸디캡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10대 코스 선정의 관건이었어요. 회원제는 회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모범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퍼블릭은 아니지요. 그래서 임직원 모두가 항상 영업장과 시설물을 둘러보며 이상이 없는지, 제대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10대 코스에 선정된 게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변화의 시작이었다. 우선 골프장 오너의 자부심을 높였고, 이는 재투자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직원들의 마인드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10대 코스의 직원이라는 자긍심은 그들로 하여금 일을 찾아서 하게끔 만들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베어크리크의 선정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퍼블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자 방문과 문의가 쇄도했다. “우리의 부킹시스템을 보고, 모 퍼블릭골프장의 오너도 자신의 골프장에 직접 예약을 하고 라운드를 나갈 정도가 됐다고 하더군요. 10대 코스 선정은 다른 퍼블릭에도 직간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퍼블릭이라고 무조건 저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급 퍼블릭’도 있어야 한다는 것. 여유 있는 티오프 간격, 각종 혜택이나 코스 레벨에 따른 차등화가 도입되어 시장원리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최근 조성되고 있는 퍼블릭이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는 추세여서 상당히 다행입니다. 이제 퍼블릭도 회원제와 경쟁에 나설 때가 됐다고 봐요. 높게 평가되는 퍼블릭은 그만큼 이용료를 많이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시설이나 코스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는 것입니다.” 그에게서 ‘10대 코스’ 선정과 관련된 골프장 CEO들의 분위기도 들을 수 있었다. “속으로는 어떤 생각일지 몰라도 코스선정에 대해서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아요. 다만, 자기 골프장이 들지 못해 속상해 할 따름이지요. 남들보다 좋게 평가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코스선정을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이 결국은 한국 골프장 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는 특히 공개된 코스 선정위원들을 신뢰했다. ‘전문 패널에 의한 평가결과는 다 그만한 이유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패널들이 힘들더라도 가급적 많은 코스를 경험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제 걸음마를 뗀 10대 코스 선정이 국내 골프장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큽니다. 객관적 평가를 통해 골프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골프장의 자생력을 기르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발전을 이끄는 이 작업이 처음엔 충격으로 느껴지는 골프장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것이 현명한 대처일 것입니다. 10대 퍼블릭 코스 선정도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기대됩니다. 저에겐 또 하나의 숙제인 셈이지만요.” 그에게 ‘10대 코스’는 성취이자 도전이다. 베어크리크가 성취라면, 포레스트힐은 다시 도전인 것이다. ‘회원제를 능가하는 퍼블릭’을 준비하는 황병관 사장의 행보가 궁금해진다.